“디시질을 못해 손발이 오그라든다” 폐인들 아우성

  • 입력 2009년 3월 7일 16시 00분


“손발이 오그라드는 금단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서비스가 됐다 안됐다 하니까 현기증이 난다”

'인터넷 폐인'들의 중심 거처인 디시인사이드가 정체불명의 공격을 받아 홍역을 앓았다. 3개월 전 일본측 IP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한일 누리꾼들 사이에 '사이버 대전'을 촉발 시킬 뻔했던 이후 두번째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느 곳에서 공격을 했는 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사무실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참다못해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청산하고 몇 달 만에 외출을 했다는 ‘디시 폐인(열성 이용자)’도 나타났다. 겨우 내내 방 안에서 ‘디시질(디시인사이드 서핑)’을 하면서 식사까지도 배달시켜 먹는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 3일 오후 4시 무렵부터 시작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시작되면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커뮤니티)의 접속이 차단됐다. DDos란 특정 웹사이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발생시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공격방법이다. 공격은 5일 오후 6시 경 멈췄지만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급한 대로 6일 일부 게시판 위주로 사이트를 재 오픈을 했다.

장시간의 서비스 마비는 디시 폐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준 모양이다. 아쉬운 대로 임시 갤러리(http://dcimsi.aaa.to)도 생겼다. ‘디시인사이드 임시정부’로 명명된 이 게시판에는 6일 현재 5000여건의 게시물이 올려져 있다. 거의가 다 하소연이다.

“독립투사들이 왜 투쟁했는지 알 것 같다(아이디 ‘미르천’)”, “나 어떻게 해야 되나. 숨도 못 쉬겠다. 답답하고 눈물 날 것 같다. 1평 짜리 독방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이다. 디시인사이드를 안 하니까 살고 싶지도 아무것도 하기 싫다(‘ㄴㅁㅇ’)”,“전자마약 전자마약 하는데 디시인사이드 자체가 전자 마약이다. 디시질 못해서 금단현상 일으키는 잉여인간들 봐라. 마치 피를 갈구하는 좀비들 같다.(‘ㅅㄱ’)” 등등. 개중에는 생각대로 된다는 광고 속 주문 ‘비비디 바비디 부우~!’를 외치를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디시인사이드를 악의적으로 공격을 주도한 사람은 누굴까. 통상 DDos 공격은 중국 등 해외 서버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해외 인터넷주소(IP)를 차단하면 되지만, 이번 공격은 국내 좀비PC(사용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이 깔린 PC)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공격으로 사이트가 마비되면 해커가 나와 기업에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지난해 3월 사이트가 마비된 미래에셋이 대표적이다. 당시 해커는 필리핀에서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래에셋 그룹 홈페이지와 증권사이트에 접속장애를 일으킨 뒤 “2억원을 송금하면 공격을 멈추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디사인사이드의 경우 사이트 공격 후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협박성 DDos 공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공격을 주도한 해커가 누구인지 추측하기 어렵다”며 “현재 경찰에서 원인 규명을 하고 있어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앞서 디시인사이드는 여러 차례 해외 누리꾼들의 표적이 돼 왔다. 지난해 말 일본 누리꾼들이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이트를 공격한데 이어, 디시인사이드를 공격해 일시 접속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에는 디시인사이드가 일본의 대표적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2채널’과 종종 비교되고 있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분석됐었다. 따라서 이번 공격 역시 한국 대표 익명 커뮤니티를 한번 들었다 놓고 싶다는 해커의 개인적 ‘야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