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뒤에 ‘프로급 제보자’ 있었나

  • 입력 2005년 12월 6일 1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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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3번 셀라인을 미즈메디병원에서 테라토마를 분석하기 위해 스키드마우스에 인젝션을 했습니까.”

“테라토마 슬라이드를 몇 개 얻을 수 있습니까. 우리가 핑거프린팅(fingerprinting)을 해본다면 의혹이 좀 가라앉겠습니다.”

MBC PD수첩팀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미국 피츠버그대 소속 연구원들과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盧聖一) 이사장에게 질문한 내용의 일부다.

줄기세포(셀라인)의 특성을 검사하려면 면역력이 결핍된 생쥐(스키드마우스)에게 주입(인젝션)해 종양(테라토마)을 일으킨 후 이를 얇게 썰어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DNA 지문검사(핑거프린팅)를 수행한다.

PD수첩팀은 이처럼 해당 분야 과학자들이 쓰는 전문용어를 구사했다.

이들의 취재에 응한 황 교수팀 관계자는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사전에 이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전문용어로 대답해도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PD수첩팀이 황 교수팀의 연구 내용을 잘 아는 내부 제보자와 복제배아줄기세포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PD수첩팀도 ‘황 교수의 연구 성과는 모두 가짜’라는 한 연구원의 제보를 접하고 난 후 상당한 ‘공부’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 교수팀 관계자는 “제보가 있었더라도 실험 전체 과정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던질 수 없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줄기세포 실험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세밀한 조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PD수첩팀은 연구원들에게 “실험 시료의 양을 잘못 정한 게 아니냐”, “특정 줄기세포 사진이 바뀐 게 아니냐”는 등 실험 과정을 잘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질문을 수시로 던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연구원은 자신의 실험에 대해서만 알지 전체 과정은 잘 모른다”며 “PD수첩팀은 연구원들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확신을 갖고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캐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고 풀이했다.

황 교수팀의 일원인 안규리(安圭里)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문적인 과학 분야의 특성상 제보자에 의해 잘못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며 “과학자가 아닌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서 악의적인 제보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오류에 집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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