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하는데…” 구조조정 압력 커지는 우체국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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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을 어찌 하오리까.’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우체국의 구조조정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우체국의 양대 사업 가운데 우편사업은 갈수록 적자가 쌓이고 금융사업은 점점 이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추세가 단기간에 바뀌기 힘들어 민영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공기업 개혁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우정공사(郵政公社) 민영화 법안이 마침내 통과됐다. 우체국의 경쟁력 약화로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작년 7월부터 우편요금을 계속 올려 왔다. 17일부터는 이용자가 많은 국제우편요금도 평균 7.8% 올렸다.》

○ 우편사업 적자 키운 별정우체국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고 민간 택배회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편 관련 사업은 200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 설립된 ‘별정우체국’의 적자폭이 크다.

별정우체국은 1960년대 인구가 적은 곳에 지역의 재력가가 자기 돈으로 우체국을 설립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보조해 준 데서 비롯됐다. 올해 정부 지원금은 2026억 원.

별정우체국의 적자 규모는 △2001년 525억 원 △2002년 400억 원 △2003년 552억 원 △2004년 340억 원 등으로 우편사업 전체 적자의 70∼80%를 차지한다. 전국 770개 별정우체국 가운데 작년에 87.5%(674개)가 적자를 봤다.

또 별정우체국은 ‘지적 승계권 제도’를 통해 우체국장이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많아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별정우체국은 정부가 해야 할 서비스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의 적자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 불공정 경쟁 시비 휘말린 금융사업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예금주는 1인당 5000만 원(이자 포함)까지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체국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정부 기관이기 때문에 예금을 무제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은 1인당 4000만 원으로 제한된다.

외환위기 이후 안전성은 소비자들이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따라서 우체국은 일반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매우 유리하다. 즉,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는 셈.

2004년 말 현재 우체국은 예금 잔액 35조4882억 원, 보험 자산 22조8973억 원의 거대 금융기관으로 커졌다.

특히 우체국 보험은 국내 5위 규모지만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소비자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최근 “보험 계약이 늘어나면서 민원이 폭증하고 보험 사고 관련 소송도 급증하고 있지만 현장 직원들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혁신 요구받는 우정사업본부

올해 정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혁신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별정우체국을 통폐합하거나 인력을 줄이고 직원 채용도 우체국장이 아닌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장기적으로 우편과 금융 업무를 분리해 우편은 공사 설립, 금융은 민영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은 “올해 초 KT 전화 불통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성급한 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처럼 독립적인 우정사업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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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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