冷중성자 활용 난치병 잡는다

  • 입력 2005년 5월 1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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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 중성자 산란장치는 X선, 초고압전자현미경과 함께 1∼100나노미터(nm)크기의 물체 구조를 연구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냉 중성자는 살아있는 세포 내 단백질,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냉 중성자 산란장치는 X선, 초고압전자현미경과 함께 1∼100나노미터(nm)크기의 물체 구조를 연구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냉 중성자는 살아있는 세포 내 단백질,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세계 60억 인구 중 3700만명이 고통당하는 알츠하이머병.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경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환자수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난치병의 원인 규명에 뜻밖에 ‘원자로’가 사용된다.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냉(冷) 중성자'가 화제의 주인공.

지난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시카고대 연구팀은 중성자 측정 장치를 이용해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의 구조를 최초로 밝히는데 성공했다. 살아있는 생체 안에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성장하며 결합하는 메커니즘을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단백질 조각인 수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베타 아밀로이드를 연구하는데 한계가 많았다.

○ 생체막구조 파괴안해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가시광선 파장보다 작은 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를 관찰할 수 없다. 또 정밀도가 높은 초고압전자현미경과 방사광가속기로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측정할 수 없다. 샘플에 쪼이는 빔 에너지가 지나치게 커서 생체막 구조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중성자(열 중성자)도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생체 연구에는 사용될 수 없다.

하지만 ‘냉 중성자’는 다르다. 일단 파장이 나노미터 수준이어서 비슷한 크기인 나노미터 물질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또 X선의 100만분의 1 수준인 수 밀리전자볼트(meV)의 에너지에 불과해 생체막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신관우 교수는 “냉 중성자는 세포막을 공격하는 나노미터 크기 병원균의 침입 메커니즘을 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실제로 인간 세포막에 붙은 콜레라균의 구조가 규명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생명의 기초 물질인 아미노산과 효소, 단백질의 구조를 생생하게 밝힐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연구진은 인슐린 내에서 기능하는 아미노산의 신비를 밝혀낸 바 있다.

○ 한국 2008년까지 측정시설 도입

하나로 원자로 모습. 사진제공 한국원자력연구소

미국은 냉 중성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약 2500억원을 투자해 중성자발생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역시 1조500억원을 투자해 J-PARC로 불리는 중성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설치된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도 2008년까지 약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냉 중성자 측정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원자력연 하나로이용연구단 김영진 단장은 “냉 중성자는 일반적인 나노 물질의 구조도 명확히 규명할 수 있어 차세대 나노-바이오 기술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설치 후 관련 국내 연구가 세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냉(冷) 중성자:

원자로에서 갓 나온 중성자들은 높은 에너지를 가져 ‘열(熱) 중성자’라 불린다. 이들은 보통 물처럼 수소를 많이 함유한 물질과 여러 번 부딪히면 대부분의 에너지를 잃게 된다. 이렇게 에너지를 잃고 날아가는 속도도 떨어진 중성자가 바로 ‘냉 중성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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