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마다 생체시계 내몸안서 리듬조율

  • 입력 2003년 7월 27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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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사고=오전 1시23분, 보팔 가스 누출 참사=0시40분, 드리마일섬 원전 사고=오전 4시. 끔직한 대형 참사는 물론 산업재해, 교통사고도 한밤중과 새벽에 자주 일어난다. 낮에는 생체리듬이 활발한 반면 밤에는 바닥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식물은 24시간 주기로 회전하는 지구에서 수십억 년에 걸쳐 살면서 정교한 생체시계를 진화시켜왔다. 생체시계는 수면과 각성주기, 신체 대사율, 체온, 호르몬 분비량, 혈압, 심박수, 호흡수 등 바이오리듬을 통제한다.

인간에게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은 1960년대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했던 실험을 통해서다. 사람을 지하창고에 살게 하고 행동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밤낮을 몰랐는데도 거의 25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어났다. 낮-밤의 일주기와 관계없이 우리 몸에서는 생체시계가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생체시계가 유전자에 의해 작동되고, 뇌는 물론 각종 장기에도 생체시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밝혀진 ‘생체시계의 3대 신비’를 정리해 본다.

○ 생체시계는 유전자에 의해 물시계처럼 작동

인체의 가장 중요한 시계인 중추시계는 뇌의 시신경 교차상핵에 있다. 이 부분은 뇌에서 2개의 시신경이 만나는 곳으로, 이곳에 2만개의 ‘시계세포’가 있다. 여기서 1998년 ‘클락’ 유전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8개의 중추시계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를 망가뜨리면 쥐는 밤낮을 구분하지 못한다.

중추시계는 마치 ‘물시계’처럼 작동한다. 다만 물 대신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쓴다. 세포 안에 단백질이 꽉 차면 2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이 결합하면서 시계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해 단백질의 양이 다시 줄어든다. 이 과정이 정확히 하루를 주기로 일어난다.

○ 시계는 뇌뿐 아니라 장기와 세포에도 있다

생체시계 전문가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는 “최근 밝혀진 매우 중요한 사실은 뇌에 중추시계가 있지만 심장, 신장, 간, 피부 같은 인체 각 장기의 세포에도 말초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어두운 곳에서 다리의 피부에 강하게 빛을 쪼이자 사람의 생체리듬이 바뀌었다는 보고도 있다. 피부에도 작은 시계가 있는 셈이다.

중추시계와 말초시계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장기의 활동을 오케스트라처럼 시간대별로 조율한다. 이를 통해 심장은 밤에는 쉬고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이 순차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간에는 335개나 되는 말초시계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조셉 다카하시 교수팀은 생쥐의 간을 유전자칩으로 분석한 결과 335개나 되는 유전자가 서로 주기를 달리하면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지난해에 알아냈다. 어떤 유전자는 밤에 왕성하게 작동하는 반면 어떤 유전자는 낮에 활동했다.

○ 생체시계는 매일 시간을 재설정

2001년 하버드대 찰스 차이슬러 교수는 사람의 생체주기를 좀더 정확히 측정했다. 그 결과 하루 생체주기는 25시간이 아닌 24시간11분으로 밝혀졌다. 이 주기에 따라 밤에는 체온이 떨어지고, 잠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증가하며 오후에는 스트레스호르몬이 줄어들었다.

손목시계는 시간이 부정확해지면 사람이 시간을 맞춰줘야 한다. 하지만 생체시계는 스스로 시간 오차를 줄여 정확히 24시간 주기로 움직인다. 빛이 눈의 망막을 자극하면 이 정보를 해석해 중추시계가 시간을 재설정하게 된다. 해외여행 때 시차에 금세 적응하는 것도 생체시계가 시간 재설정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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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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