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올 여름 '유행성 각 결막염' 비상

  • 입력 2003년 7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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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안과에서 눈병 환자가 의사에게 눈 검사를 받고 있다.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안과에서 눈병 환자가 의사에게 눈 검사를 받고 있다.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매년 여름철은 방학이나 휴가를 맞이해 수영장이나 공원 등 공공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눈병에 걸리기 쉬운 시기다. 전문가들은 6∼7년 주기로 대유행하는 아폴로 눈병이 지난해 크게 유행했던 만큼 올해는 잠잠할 것으로 보지만 대신아폴로 눈병보다 증세와 부작용이 훨씬 심한 유행성각결막염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름철의 대표 눈병=유행성각결막염은 1년 내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특히 여름철에 많이 발생한다. 원인균은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8형’이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이 균에 감염되면 2∼7일 정도 지났을 때 눈에 작은 티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흰자위의 가장자리부터 빨개지고 하룻밤 자고 나면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퉁퉁 붓는다.

또 눈곱이 잔뜩 끼고 눈물이 나며 눈에 모래를 뿌려놓은 것처럼 이물감이 심해지고 통증이 느껴진다. 보통 양쪽 눈에 모두 생기며 먼저 생긴 쪽의 증세가 더욱 심하다. 특히 아이들은 열이나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세가 심한 사람은 검은자위의 껍질까지 벗겨져 눈이 부셔 빛을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다. 간혹 각막이 뿌옇게 흐려지는 혼탁이 생겨 수개월간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소염제와 항생제가 주 치료=병원에선 염증을 억제하는 소염진통제용 안약을 사용하며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 안약도 처방한다. 보통은 2∼4주가 지나야 증세가 완전히 없어진다. 열이 나거나 통증이 심하면 해열진통제를 추가로 복용한다. 각막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는 일주일에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집에 있는 안약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피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계통의 안약은 안압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눈병이 나아가는 시기인 2주쯤 후에도 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눈을 비비는 것은 피한다. 각막 표피가 쉽게 벗겨져 통증이 심할 뿐만 아니라 시력이 떨어지는 등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뻑뻑할 때는 식염수 대신 인공눈물을 사용한다.

▽원인균을 피하라=원인 바이러스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를 찾는 것은 가급적 삼간다. 수영장 등에서 놀다가 눈이 찝찝하다고 비비면 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염소 소독된 수영장 물에서는 살기 어렵지만 수영장 가장자리에 묻어 있다가 사람 손에 묻은 뒤 눈을 감염시킬 수 있다.

가족 중에 눈병 환자가 있다면 베개나 이불을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환자의 눈곱이 침구류에 묻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세면기에 물을 받아서 씻기보다는 흐르는 물에 씻어야 세면기를 통한 가족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수건과 비누도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사용하는 안약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그 사람도 눈병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 실험에 의하면 아데노바이러스는 침구류 등 감염된 물체에 8주 정도 살 만큼 강한 생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이 충혈됐다고 안대를 사용하면 눈의 분비물 배출을 막는 셈이 되므로 가급적 사용을 피하며 대신 선글라스를 활용한다. 7세 이전의 아이들이 안대를 사용해 한쪽 눈을 가리면 시력이 떨어지는 약시가 생길 수 있다. 눈의 충혈이 심할 때는 얼음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각막에 염증을 일으켜 눈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1개월 정도 착용을 피한다. 소프트렌즈의 경우 렌즈의 미세한 구멍 속엔 눈병으로 생긴 오염물질이 낄 수 있기 때문에 렌즈를 바로 버리는 것이 좋다. 하드렌즈는 소독을 한 뒤 렌즈 보관케이스에 잘 보관한다. 이때 보관 케이스도 새 것으로 바꾼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안과 곽상인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서경률 교수,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안과 김소열 교수, 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식당 물수건으로 눈 닦으면 눈병 지름길 ▼

외출 뒤 손을 깨끗이 씻듯 뽀도독뽀도독 눈을 씻으면 눈병 예방에 도움이 될까.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

눈알은 씻으면 안 되는 곳이며 세수할 때에는 눈을 감은 채 손으로 눈을 지그시 누르며 씻은 다음 눈곱만 가볍게 떼어내야 한다. 눈알을 씻으면 눈물이라는 우리 인체의 엄청난 보물이 씻겨 나가기 때문에 눈병에 걸릴 위험이 되레 높아진다.

또 눈을 자주 씻는 사람은 나중에 눈마름증(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눈물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된다. 눈동자는 핏줄이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눈물에는 온갖 면역 및 항균 물질이 들어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눈물의 성분 가운데 락토페린을 암 치료제, 리소자임과 리보뉴클레아제를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눈물을 물로 씻어 없애는 것은 자해(自害) 행위나 다름없다. 적군이 침입하는데 혹시 아군에 간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군대를 해산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인 것이다.

또 식당에서 물수건으로 눈 주위를 닦는 사람이 있는데 눈병에 걸리는 지름길이다. 굳이 눈을 닦아야 할 때면 휴지로 눈곱이 있는 눈구석만 닦도록 한다.

한편 눈을 자주 깜빡이면 정서가 불안하다고 욕을 먹을지 몰라도, 눈 건강을 위해서는 자주 눈을 깜빡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눈물샘을 자극해 눈물이 나오도록 한 다음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눈을 눌러주는 것이 좋다. 눈을 눌러주지 않더라도 틈틈이 눈을 감고 쉬면 눈물이 눈 안으로 골고루 퍼지게 된다.

눈물은 잘 때 많이 생기므로 눈 건강을 위해서는 푹 자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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