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드림위즈 감사 무리”회계사 ‘의문의 자살’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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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 소속 30대 회계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업체인 드림위즈의 회계감사결과에 대해 공인회계사협회로부터 감리를 받던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일 오전 7시40분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S아파트 706동 앞길에서 이 아파트 21층에 사는 배모씨(32)가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나모씨(66)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 김모씨(28)는 23일 경찰조사에서 “22일 오전 4시30분경 잠에서 깨어보니 남편이 거실 소파에 누워 ‘잠이 오지 않아 그런다’고 해 다시 잠을 잤으나 오전 7시40분경 깨어보니 베란다 방충망이 열려 있었고, 남편이 떨어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자신의 노트북에 남긴 4장 분량의 유서에서 “지금 돌이켜 보니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고, 가능한 회계처리라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너무 무리가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부인 김씨도 “평소 완벽한 성격인 남편이 10여일 전부터 공인회계사협회의 감리를 받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 상무 김모씨(37)는 “배씨의 회계감사 결과에 대해 공인회계사협회의 감리가 있었지만 감사를 제대로 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였다”며 “징계를 받더라도 주의나 경고 정도를 받을 사안인데도 배씨가 심각하게 받아들여 직장 동료들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1999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한 배씨는 2001년과 2002년 드림위즈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다.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드림위즈'는 어떤회사▼

드림위즈는 67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100억원대 매출에 당기순이익 27억원을 낸 중견 인터넷 포털업체.

‘한글과 컴퓨터’의 설립자로 국내 ‘벤처 1세대’의 대표격인 이찬진 사장이 1999년 7월 세웠다.

창립자인 이 사장이 지분 28.8%(255만946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LG가 10%(88만8880주), 창업투자사인 한국기술투자가 4.1%(36만주)를 갖고 있다.

드림위즈는 출범 당시에는 이 사장의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터넷 사이트 중 20위권 밖을 맴돌았지만 지난해부터 영업 호조를 보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3개월 뒤 보류 판정을 받아 코스닥 ‘입성’이 좌절됐다. ‘계속 좋은 실적이 나오리라고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보류 이유였다.

그러다 심사 요건을 보충해 최근 예비심사를 재신청, 25일 심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삼일회계법인의 담당회계사 배모씨(32)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심사는 다시 연기됐다.

2001, 2002년에 드림위즈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배씨는 최근 드림위즈의 코스닥 등록을 위해 회계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절차에 따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인회계사회 오태경 책임감리위원은 “드림위즈의 전산서버 장비 리스 사업에 대한 회계처리 의견이 달랐다. 나는 이 부분을 매출로 잡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반면 삼일측은 반대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삼일회계법인의 김모 상무는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해 드림위즈 자산규모 200억원의 2% 미만이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의 미미한 액수여서 분식회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의 감리 결과 보고를 받아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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