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한 대로 창업 끝" '나홀로 사장님' 는다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37분


컴퓨터 기판 설계 전문가인 김용철씨(39)는 최근 인터넷으로 원격 강의를 해주는 사이트(www.pcb4u.tsx.org)를 개설했다.

98년 다니던 회사가 IMF여파로 부도가 난 뒤 창업을 구상하던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다는 점에 착안, 사업을 시작했다.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직원은 사장인 자신 뿐. 용산 전자상가에서 조립한 펜티엄Ⅱ450 컴퓨터를 서버로 사용하고 한국통신이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소호용 ADSL’을 깔아 창업 비용은 300여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아직 사이트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수입은 없지만 회원이 늘어나면 일부 강좌는 유료화해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게 김씨의 계획이다.

최근 집안에 컴퓨터 한 대를 놓고 전자상거래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 사업을 하는 ‘나홀로 인터넷 기업가’가 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종전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려면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서버를 구입하고 월 200만원 정도 드는 전용선을 깔아야했기 때문에 창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버를 임대해주고 웹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호스팅’서비스가 활성화되고 특히 월 8만원대의 가격에 전용선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소호용 ADSL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나홀로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웹호스팅 서비스는 데이콤 한국통신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대형 서버를 가입자들이 30∼50메가씩 나눠 공유를 하는 것.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인터넷 전용회선을 사무실까지 끌어와야 하고 대용량의 인터넷 서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데이콤이나 한국통신 등에서 빌려 사용하는 개념이다.

초기 설치 비용 10만원에 월 이용료는 월 5만∼10만원 정도. 특히 사업이 잘 되지않으면 가입 해지만 하면되기 때문에 투자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어 소호 창업자들에게 유리하다.

데이콤의 웹호스팅 서비스를 이용, 디지털카메라 등을 판매하는 웹사이트(www.sale365.co.kr)를 운영하는 김주열(28)씨는 지난해 3월 사이트 오픈 이후 4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특히 데이콤이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숍플라자’에 입점, 수입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 김씨처럼 숍플라자에 입점한 업체는 120여개. 데이콤 웹호스팅 서비스 가입자만도 3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소호 및 기업용 ADSL은 이같은 ‘나홀로 인터넷 창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 및 기업용 ADSL은 가정용 ADSL서비스와는 달리 고정 ‘국제 식별 전치 부호’(IP)를 제공하기 때문에 펜티엄급 PC에 리눅스나 윈도2000을 설치한 다음 전자상거래용 웹페이지 및 지불수단을 연결시켜 놓으면 가정에서도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 통신의 소호 ADSL서비스는 전국의 읍단위 이상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이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부 초고속정보망과 이재홍 과장은 “일반 기업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전용선은 월 이용요금이 202만원이지만 소호 및 기업용 ADSL은 월 8만원 정도로 비슷한 속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이 서비스로 인해서 전자상거래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꽃배달 사이트 운영 장대석 사장▼

인터넷으로 꽃배달을 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우슬초’ 장대석 사장(40). 영등포와 마포에 2개의 꽃집을 운영하는 그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시작한 뒤 매출이 3배이상 늘었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방식에 한계를 느꼈다는 그는 지난해 데이콤의 웹호스팅 서비스를 이용, 전자상거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초기 사이트 구축비용은 20만원 정도. 전화번호를 딴 웹사이트 주소(www.080-080-1004.co.kr)를 만들고 전국의 500∼600개 꽃집과 협조 관계를 맺어 주문을 받으면 지역에 관계없이 배달이 나섰다.

사이트 구축 초기에는 하루 평균 인터넷 주문량이 1∼2건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전체 주문량의 70% 이상이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장사장의 설명.

‘컴맹’이었던 장사장은 각종 컴퓨터 교육이 열리는 장소면 어디든 달려가 컴퓨터를 배워 요즘에는 혼자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

다음달에는 3500만원짜리 리눅스 서버를 구입, 전국 240개 꽃집 홈페이지를 링크시킨 꽃배달 전문 포털사이트 노랑넷(www.norang.net)을 오픈할 예정. ‘노랑넷’의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려 세계적인 인터넷 꽃집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게 장사장의 목표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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