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잡아라"…지자체 인터넷주소 선점경쟁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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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을 잡아라.’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도메인 확보’ 비상이 걸렸다. 사이버 공간의 토지소유증명서인 도메인을 미리 확보해야만 인터넷을 활용한 수익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기 때문. 각 자치단체는 앞으로 도메인 이름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될 것에 대비해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자치단체의 이미지를 담은 도메인 이름을 찾아 한국인터넷정보센터 등 등록기관에 등록하고 있다.

각 시도 단체장들은 인터넷을 통한 홍보가 갈수록 중요해지자 “정책을 수립해 발표하기 전에 관련 도메인부터 등록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을 정도.

충북도는 6일 현재 108개의 도메인 이름을 확보한 상태. 관광명소인 속리산 월악산 초정리 등의 이름을 살린 도메인과 지역 내에 대규모 놀이시설과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충북랜드 충북센터 비즈니스충북 등이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된 충북은행이 언젠가는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충북뱅크(chungbukbank.com)도 등록해 두었다.

상표권 분쟁 끝에 유명 쌀 브랜드인 ‘청풍명월’을 충남도에 빼앗겼던 충북도는 이를 교훈삼아 ‘chongpungmyongwol’과 ‘cheongpungmyeongweol’도 등록했다.강원도는 아리랑 설악산 소양강 신사임당 등 주로 강원도의 자랑거리와 연관된 도메인을 30여개 가지고 있다.

경북도는 독도 관련 도메인과 안동 양반을 형상화한 경북도의 캐릭터 ‘신나리’, 경북 관광지 소개에 사용될 도메인 등 40여개를 등록했다.

서울시의 경우 메트로서울 사이버서울 디지털시티 시티홀 사이버시티 서울시 서울시티 등 서울 관련 도메인만 7개를 확보해 두었다.

도메인 확보 경쟁에서 한 발 늦은 일부 자치단체는 다른 기관이나 개인이 선점한 ‘빈 집’을 사들이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관내 중소기업체들의 공동브랜드인 ‘쉬메릭’의 도메인(chimeric.co.kr)을 한 시민이 이미 등록한 사실을 알고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전자상거래가 이뤄질 경우 이익금의 일정 비율을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한 기업이 확보해둔 ‘cheju.net’을 사들이기 위해 협상 중이지만 도청 홈페이지에 광고를 게재해 달라는 조건 때문에 벽에 부닥친 상태.

정부가 추진 중인 로마자 표기법 변경도 도메인 관리 담당자들을 바쁘게 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표기법에 따른 ‘pusan’이 ‘busan’으로 바뀔 것에 대비해 ‘busancity.org’를 추가 등록했다. 전북도도 ‘chonbuk’이 ‘jeonbuk’으로 바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자상거래용 도메인 ‘jbplaza.co.kr’를 등록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메인 이름을 많이 확보해 두었다 나중에 등록비(국내 도메인은 연간 3만3000원, 국제 도메인은 2년간 70달러)와 유지비(국내 도메인은 연간 3만3000원, 국제 도메인은 35달러)만 날리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감사과정에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청주〓지명훈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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