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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5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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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놓은 지분까지 합쳐 데이콤의 사실상 최대주주로 알려진 LG가 최근 반도체사업을 포기한 것을 계기로 데이콤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데이콤이 이른바 ‘보상빅딜’의 한 형태로 LG로 결국 넘어가고 이렇게 되면 국내 통신업계는 한국통신 SK LG 등 ‘빅3’ 중심으로 재편돼 통신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콤은 제2시내전화사업자 하나로통신의 최대주주로 LG가 인수할 경우 LG텔레콤 LG정보통신을 합쳐 유무선과 통신장비를 망라한 종합통신사업자로 부상한다.
▽‘5% 지분제한’이 아킬레스건〓데이콤은 외견상 동양(12.31%)과 삼성(10.74%)이 최대주주. 그러나 LG가 우호지분을 합쳐 28∼3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 말하자면 얼굴을 숨긴 ‘오너’란 얘기.
우호지분이란 94년 LG와 동양이 데이콤 경영권 다툼을 벌였을 때 양사가 관계사와 거래처 임직원 등을 통해 확보해 놓은 주식을 총칭한다.
그러나 LG는 96년 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을 딸 때 “데이콤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이고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정보통신부에 제출해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
LG는 아직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유식(姜庾植)LG구조조정본부장이 “외국인에게 33%까지 지분소유를 허용하는 마당에 5% 지분규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상식적”이라며 데이콤에 대한 ‘본심’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LG의 각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빅딜과정에서 LG가 반도체를 양보하는 대신 데이콤 인수에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업계에서는 LG가 경제청문회 후 데이콤 인수 작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얽히고설킨 이해 관계〓데이콤은 지난해말 일본 NTT와 2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협상을 거의 끝냈으나 동양 LG 등 대주주들의 반대로 유보된 상태. 동양은 외자유치를 반대했고 LG는 외견상으론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업계에서는 동양이 유리한 상황을 저울질하며 LG에 데이콤 지분을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LG와 손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데이콤 내부적으로도 지난해 주력사업인 시외 국제전화사업에서 크게 고전하는등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책론’도 나오고 있다.
데이콤 인수전이 본격화할 경우 삼성의 태도도 변수. 삼성은 지난해 ‘기간통신사업자 10% 지분제한’이 해제된 직후 데이콤 주식을 집중 매입해 8.4%에서 10.7%로 지분을 올려놓았다.
우호지분을 포함할 경우 삼성의 전체지분은 20%선에 육박해 LG의 데이콤 인수에 최대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데이콤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한 바는 없지만 LG로 그냥 넘어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한가지 현대가 보유한 6.21% 데이콤 지분이 반도체 빅딜의 가격정산과정에서 LG로 넘어가게 되면 ‘5%지분 제한’이 저절로 풀리는 결과가 되어 LG는 그길로 숨겨놓은 지분을 공식화하면서 데이콤의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