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으로 사는「넷세대」…「21세기 주역」떠올라

  • 입력 1998년 7월 20일 08시 15분


‘넷세대’가 쑥쑥 커가고 있다.

텔레비전과 함께 자란 ‘TV세대’를 뒤로 하고 인터넷 PC통신 등 온라인과 컴퓨터 키보드에 익숙한 ‘넷세대’가 21세기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넷세대인 최신성군(崔信成·16·서울 서라벌고 1년). 공부하다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인터넷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친구도 인터넷으로 사귀며 놀 때도 인터넷으로 논다.

얼마전에는 지구과학 시험공부를 하다가 ‘지구의 연령을 24시간으로 놓고 본다면 신생대는 몇시 몇분에 해당하는가’라는 문제를 보고선 바로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접속, 해답과 자세한 설명을 찾아냈다.

가끔 인터넷으로 외국인과도 대화를 나눈다. 지난달에는 ‘넷미팅’이라는 멀티미디어 통신프로그램을 이용, 그리스에 사는 40대 남자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시간 가량 가족소개도 하고 얘기꽃을 피웠다.

최군은 “1년전부터 한달에 두세번씩 인터넷으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어 왔는데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사는 동갑내기 여학생과도 전자펜팔을 하고 있다.

넷세대는 만남의 폭이 TV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대학생의 미팅도 이전에는 ‘과(科)미팅’이나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는 ‘소개팅’이 주류였으나 요즘은 PC통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미팅이 활발하다.

예전에 ‘CC’라고 하면 ‘캠퍼스커플(Campus Couple)’을 지칭하는 은어였지만 이제는 ‘사이버커플(Cyber Couple)’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을 정도.

하이텔에 ‘하이아카데미(go meets)’라는 온라인 미팅코너를 운영하는 선우이벤트(대표 이웅진·李雄鎭)는 아예 ‘엘리피아’라는 미팅 전용카페를 대학로에 개설했다.

PC통신으로 대학생들이 미팅을 신청하면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만남을 주선하는 것.

학교친구보다 ‘통신친구’를 더 친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PC통신 천리안에서 ‘81년의 반란’이라는 81년생 모임의 모임지기를 맡고 있는 강지영양(姜智英·17·서울 선화예고 1년)은 “컴퓨터로 채팅하고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마음속 깊숙한 얘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기 때문에 밖에서 만나도 친근감이 든다”고 말한다.

넷세대는 음악도 컴퓨터로 듣는다. 인터넷과 PC통신에는 최신 유행곡들이‘리얼오디오’나 ‘MP3’같은 음악파일로 올라와 있다. 방송국에 신청곡을 보낼 필요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다.

TV수신카드만 꽂으면 컴퓨터로 텔레비전도 볼 수 있지만 그리 많이 보지는 않는다.

일방적으로 방송되는 TV보다 원하는 것을 직접 찾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쌍방향매체인 컴퓨터통신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

넷세대는 전자우편을 주고 받고 게시판에 자주 글을 올리기 때문에 TV세대보다 글쓰는 훈련이 잘 되어 있다. PC통신의 이른바 ‘통신문단’에는 미래의 작가를 꿈꾸는 중고생의 글이 또래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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