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A∼Z]<13>본론 쓰기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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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대에 대한 대응을 포함시켜라

본론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이 일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런데 좀 더 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상대 입장에 대응하는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설득력 있는 답안을 위해 강력히 추천하는 권장 사항입니다.

상대 입장에 대응할 때에는 먼저 공격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문제점을 밝혀내 강하게 논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끔 내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상대방이 틀린 이유만 조목조목 제시하는 공격 일변도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상대방이 옳지 않다는 것을 밝힌다고 해서 곧 내가 옳다는 것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나도 또 다른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옳다는 것을 충분한 근거를 들어 보여줌으로써 방어를 든든히 한 다음, 네가 옳지 않다는 것까지 보여주면 완벽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비판할 때에는 상황에 따라 두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혹은 둘 다 병행할 수 있습니다. 우선 반대 입장이 이미 존재하면서 반대 주장들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바로 그 주장들을 비판해야 합니다. 반대 입장이 이미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가상의 적을 세워서 비판하게 되면 논의의 설득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적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논의할 경우, 이 주제는 이미 찬반 논의가 제기되어 있고, 논쟁의 구도도 잡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제로 제기된 주요한 반대 주장에 대해서 구체적인 비판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아 상대 입장이 아직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반대 입장이 아직 없다고 안심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예상되는 반론을 고려해서 제기해 본 다음 그 반론들을 검토하고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반론 중 대표적인 것은 내 주장에 대해 현실성을 문제 삼거나,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을 거론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대해 현실 속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든가, 부작용을 미리 차단하거나 혹은 사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재반론을 하게 되면 자기 입장을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방법을 모두 쓸 수도 있습니다. 우선 실제 존재하는 반대 입장에 대하여 반박하고, 나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예상되는 반론까지 제기하여 미리 재반론을 펼침으로써 논의에 쐐기를 박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대응할 때 공격만 하지 말고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대 입장의 타당한 점은 인정해 주고, 또 상대가 비판하는 자신의 약점도 필요할 경우 인정해 주라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슬며시 적절한 정도로 인정해야지 너무 강하게 인정하면 자신의 주장으로 돌아올 수 없고, 그 결과 논의의 일관성이 깨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할 경우, “인터넷 실명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전혀 타당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는 정도로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문제점도 비판해야 내 입장을 견지할 수 있습니다. 만일에 “인터넷 실명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정말 옳다”라고 전폭적으로 인정해버리면 상대를 비판하기도 힘들어지고 결국 내 입장으로 돌아오기가 어려워집니다.

혹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해 주면 내게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타당한 점을 슬며시 인정해 주면 내가 한 입장에 서서 주장하고 있지만 편협한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입장에 서 있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후 제시되는 나의 논의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 되는 셈이기에 설득력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너무 강하게 인정하면 자신의 논지가 흔들리게 되므로 적절한 수준에서 ‘슬며시’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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