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검단지역 토지정리사업/<중>도심 속 외딴섬

  • 입력 2004년 5월 28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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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입주가 시작된 원당지구 금호아파트를 분양받은 나준호씨(39)는 아직까지 차일피일 입주를 미루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와 주변 환경을 둘러보기 위해 원당지구를 찾아간 그는 실망감만 안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도로가 개설되지 않은 것은 물론 병원이나 상가 등 편의시설도 없어 입주할 경우 겪을 불편을 감수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생인 자녀가 다닐 발산초교가 개교는 했지만 재학생수가 20여명에 불과한데다 교사 정원이 확보 안돼 불안감이 앞섰다.

나씨는 “아파트에 입주할 341가구 중 140여 가구가 아직 이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전기 및 수도요금을 제외한 일반관리비를 내는 것이 아깝지만 지금 입주해 불편을 겪는 것 보다 낫다”고 말했다.

검단지역 토지구획정리사업의 평균 공정률은 현재 50% 수준. 인천 도심과 경기 김포시 등을 잇는 도로와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상당수가 토지 매입을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입주가 시작된 원당지구는 기반시설의 완공이 지연돼 도심 속 외딴섬으로 전락한 상태다.

▽도로 및 교통=인천시는 검단지역에 3104억원을 들여 모두 12개 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은 2006년까지 마무리되지만 현재 개통된 도로는 단 하나도 없다. 5개 도로가 공사 중이지만 연내 완공은 모두 어려운 실정. 나머지 도로는 2008년에나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입주자들은 기존 농로에 아스팔트를 포장한 도로와 폭 3m 내외의 편도 등을 이용하고 있다.

대중교통 부족도 큰 문제다. 시는 7개 지구별 입주 시기에 맞춰 12개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할 계획이다. 김포와 서울 등 3개 시외버스 노선을 투입할 방침이지만 버스회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월까지 5106가구가 입주 예정인 원당지구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은 단 2개뿐. 그나마 4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학교=2007년까지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3곳, 고등학교 3곳 등 모두 13개교가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시와 시 교육청이 업무협의 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개교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원당지구 낚시터 부지에 들어설 청마초교는 보상 협의가 지연돼 개교시기를 내년 3월에서 9월로 미뤘다. 주변에는 2002년부터 7개의 대형 송전탑이 설치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이 지구에는 중고교가 완공되지 않아 학생들이 김포와 인천 계양구 등 기존 주소지에서 다니던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당하지구 족저초교 부지에는 현재 아스콘 업체가 가동 중이기 때문에 개교가 불가능하다. 이밖에 나머지 학교도 대부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공공기관=입주자들은 치안 및 행정부재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시는 검단지역에 주민치안센터 3곳과 주민자치센터 4곳, 복지시설 4곳 등을 건립할 예정이지만 착공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주부 장정남씨(43)는 “공사현장이 많고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범죄 우려가 높아 해가 지면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외딴섬에서 고립된 채 살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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