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몸통’ 조폭들은 아직도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협박당한 축구선수들은 무더기로 구속됐는데…검찰 “집중적 수사 벌일 것”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프로축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전 프로축구 선수 A는 “검찰에 ‘저 괜찮을까요’라고 여러 차례 물어봤다”고 했다. 행여나 조직폭력배로부터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서다. “검사가 그러더군요. 조폭들도 머리가 있는데 지금처럼 관심이 집중된 때에 너를 다치게 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나 A는 시간이 지나면 조직폭력배들이 다시 접근해 오거나 보복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때는 자신이 보호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선수 수십 명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나왔지만 정작 이들을 협박한 조직폭력배들은 거의 잡히지 않았다. 창원지검은 이번 승부조작에 경남 마산이 근거지인 B파와 서울 경기가 무대인 S파 등 4개 조직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조직폭력배는 모두 5명이다. 그러나 이 중 B파 김모 씨(27)만 구속되고 나머지는 모두 도망쳤다.

창원지검은 “협박당한 선수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직폭력배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단 확인된 인원만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승부조작에 개입한 폭력조직은 4개 이상일 수 있으며 조직원도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지검 이성희 특수부장은 “이번에 적발된 조직폭력배들은 축구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브로커와 선수들을 포섭했다. 활동무대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지역에서 먼 도시까지 조직폭력배에게 불려 다녔다고 털어 놓았다.

조직폭력배 중 일부는 승부조작 경기에 선수 매수 자금 1억7000만 원을 투자하고 한 경기에서 11억3000만 원을 챙겼는가 하면 이들과 연결된 일부 브로커는 승부조작에 실패하자 오히려 선수를 협박해 8000만 원을 뜯어가기도 했다.

창원지검 곽규홍 차장검사는 “이번 수사는 승부조작에 초점을 맞췄다. 폭력배에 대한 수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직폭력배의 유혹과 협박이 프로축구 승부조작의 주요 원인인 만큼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