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선 경찰기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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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감이 대통령 설 덕담 문자에 “꼭 심판하겠다” 답장
“檢 편들고 무슨 염치”… 일부 경찰은 문책에 반발도

“대한민국 국민은 여러분(경찰관)을 의지하고 신뢰합니다.”(이명박 대통령)

“검찰 공화국을 검찰 제국으로 만드셔 놓고 무슨 염치로 이런 문자를 보내셨습니까.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경찰 간부)

이명박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전국 경찰관들에게 격려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한 경찰 간부가 이 같은 답신을 보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 첫날인 21일 경찰관들에게 “남들이 쉴 때 늘 쉬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경남 진해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던 양모 경감은 이에 대해 “시대를 거꾸로 돌려놓으신 행보에 대해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라는 답변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은 양 경감이 이 메시지를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양 경감은 이를 통해 검경 수사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검찰 편을 든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분노를 표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양 경감은 지난해 11월 총리실이 내놓은 수사권 직권중재안에 반발해 수사 경과(警科) 반납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양 경감의 돌출행동이 알려지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제복 입은 공무원으로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적절한 행동이고 개인의 무분별한 감정적 언행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할 뿐”이라고 질책했다.

양 경감은 26일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경남경찰청 경비교통과로 전보 조치됐다. 양 경감은 비수사부서인 교통과로 옮기게 돼 수사경과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반발해 동료 경찰관들의 수사경과 반납 운동을 주도하다 이번 사건으로 혼자 수사경과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양 경감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을 비난할 의도는 없었지만 표현이 지나쳤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일부 일선 경찰관은 “이런 식으로 입을 틀어막으면 누가 소신 발언을 하겠느냐. 방법은 잘못됐지만 지나친 문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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