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强대强충돌… 난장판 된 예결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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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국회 파행 불가피

여야가 ‘강(强) 대 강’ 맞대결에 들어갔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일명 ‘대포폰 사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예산안 단독 심사도 불사하겠다며 ‘적당한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분간 예산국회의 파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대포폰 사건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고 있고 민주당도 국회의 의무인 예산안 심사를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만큼 ‘극적 타결’도 배제할 수 없다.

○ 치킨게임 들어간 여야

민주당 등 야당이 19일 대포폰 의혹과 ‘그랜저 스폰서 검사’ 등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특검이 안 되면 최소한 국정조사라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여권에 전달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내 ‘검찰의 국회유린저지특별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배숙 최고위원이 특검에 대한 언급 없이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0시간 농성’을 마치는 22일까지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외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및 특검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예산안 심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18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 간 만찬 자리는 예산안을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결의대회를 연상케 했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가 상대의 양보만을 노리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치킨게임’에 들어간 양상이다. 기 싸움에서 밀리면 예산안을 비롯해 정국 주도권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양당 모두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 난장판 된 예결위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정면으로 맞선 여야의 ‘전투장’으로 변질돼 버렸다. 19일 한나라당은 예결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해 김황식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종합정책질의를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예결위원장 자리 밑으로 몰려들어 회의 진행을 막아서는 바람에 하루 종일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다 결국 회의를 중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포폰 게이트 규탄한다’ ‘국정조사 즉각 실시’ 등의 구호를 담은 피켓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잇달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책질의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간인과 야당 대표, 정치인에 대한 사찰은 민주주의의 유린이자 국회 무력화 행위”라며 “예산심의가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천지가 개벽하느냐. 이런 문제를 해결한 뒤 예산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민주당은 입만 떼면 서민을 얘기하는데 정작 서민예산 심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의 예결위 불참은 직무유기이자 방기”라고 비판했다.

○ 극적 타결책 나올까

이날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특검 요구 등을 단칼에 자르면서도 동시에 민주당을 향한 ‘당근’도 함께 내놓았다. 그는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와 관련해서는 “국민적 감정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는 정도라는 것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4대강 예산과 관련해 “국토해양부 예산뿐 아니라 국회의 심사를 받지 않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예산도 조정할 수 있다”며 “국회는 예산을 삭감하는 곳이다. 야당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 깎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예산 조정을 협상카드로 내놓은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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