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나랏빚이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는 추산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기와 2차 세계대전 직후를 제외하면 드문 수준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군비 확대, 이란전 비용까지 겹치며 미국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최근 국내총생산(GDP)을 웃돈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와 행정부가 오랫동안 재정 건전성을 거론해 왔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신호에 대한 반응이 크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재정 악화 원인은 연방정부 지출과 세수의 불균형이다. 지출은 계속 늘어난 반면 세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고령화로 사회보장·의료 관련 지출 부담도 커졌다.
미국의 공공 보유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3월 기준 약 31조2600억 달러, 한화로 약 4경5800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명목 GDP는 약 31조2100억 달러, 약 4경5720조원으로 집계됐다.
재정적자 감축을 주장하는 비영리단체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이에 따라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100%를 소폭 넘어섰다. 이 비율이 100%를 넘긴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인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미국이 재정위기에 빠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부채 비율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방향이다. 마크 골드와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 선임 부위원장은 부채가 경제보다 빠르게 불어나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트럼프 감세안이 향후 몇 년간 부채를 4조 달러 이상, 약 5860조원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감세가 성장을 촉진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감세안이 GDP를 끌어올리더라도 적자는 늘릴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란전 비용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회계연도부터 국방비를 약 1조5000억 달러, 약 2200조원 수준으로 늘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전 관련 추가 예산까지 필요해질 경우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관세 문제도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때 내세웠던 전 세계 대상 관세가 불법으로 판단되면서, 미국 정부는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 한화로 수조원대 환급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는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26회계연도 말까지 연간 적자가 약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30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해 동안 새로 쌓이는 적자만 이 정도라는 뜻으로, 현실화하면 전년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가 된다.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기업 대출, 소비자 금융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번 주 한때 5% 안팎까지 올랐다가 이후 다소 내려왔다고 NYT는 밝혔다.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등도 GDP를 웃도는 부채 비율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달러가 국제 금융질서의 핵심 통화라는 점에서, 같은 부채 비율이라도 파급력은 훨씬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디 애링턴 하원 예산위원장은 미국의 부채 수준을 “경제의 빨간 경고등”이라고 표현하며 양당 모두가 미국 재정을 “절벽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고 있다며 재정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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