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곧 사면” “韓서 악랄한 교회 단속”…거침없는 트럼프 내정개입

  • 뉴시스(신문)

중남미 각국 선거전 전방위 개입
李와 첫 회담 전 ‘판 흔들기’ 비판
유럽 극우 지원하며 영향력 강화

[팸비치=AP/뉴시스]
[팸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베네수엘라·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의 국내정치에 전방위로 개입하며 재집권 첫해를 마무리했다.

CNN은 30일(현지 시간) ‘트럼프는 어떻게 세상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화하려고 하는가’ 제하의 기사에서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다른 나라의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공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형식적 위선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서반구 親트럼프 정권 관리…대선 전방위 개입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으로 2025년 외교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하마스 관련 이스라엘 입장을 지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를 ‘전시 영웅’으로 부르며 “끔찍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자신에게 ‘네타냐후 총리 사면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스라엘 대통령실이 즉각 정상간 통화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CNN은 이날 회담에 대해 “트럼프가 네타냐후를 형사 재판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면 이스라엘 지도자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재선 연설문을 대신 써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베네수엘라 봉쇄 작전 역시 궁극적인 목적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교체라는 해석이 많다.

표면적 이유인 마약 밀매 차단이나 석유 무역 통제권 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서반구의 아메리카 대륙 전체 국가를 친(親)트럼프 정권으로 교체하려는 큰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실시된 온두라스 대선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나스리 아스푸라 국민당 후보를 지지한다며 “그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헛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아스푸라 후보는 당선됐다. 낙선한 살바도르 나스라야 자유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 개입으로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우호 관계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권의 중간선거 승리를 돕기 위해 금융 지원을 약속하며 “그가 진다면 우리는 빠지겠다”고 했고, 긴장 관계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권을 겨냥해서는 ‘남미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부당하게 탄압한다며 50%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2026년 예정된 페루·콜롬비아 대선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겨냥해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와 첫 회담서 한국 내정도 언급…유럽 극우정당 지원
CNN은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피해국 중 하나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전 “교회에 대한 매우 악랄한 (한국) 정부의 현장 단속이 있었다고 들었고, 심지어 우리 군사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취득했다고 들었다”며 “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물론 오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미국이 동맹국과의 회담에서 국내 사안을 꺼내들고 ‘판 흔들기’를 시도했다는 비판은 남았다.

CNN은 “이 대통령은 MAGA 카우보이 모자와 맞춤형 골프채를 선물하며 상황을 수습했으나, 이 사건은 트럼프가 타국 지도자들을 흔들기 위해서는 어떤 제약도 없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백악관을 찾았을 때도 남아공 내 백인들이 집단적으로 피살되고 있다는 취지의 영상을 일방적으로 재생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남아공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남아공 내 백인 인권침해를 이유로 불참했으며, 2026년 미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는 남아공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연합(RN), 독일 독일대안당(AfD), 영국 영국개혁당(Reform UK) 등 극우 성향 정당을 지원하며 자신에 맞서는 각국 정상들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전략(NSS)에는 “유럽은 과도하게 규제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이민으로 인해 문명적 소멸을 겪고 있다”고 유럽을 직격하는 문구가 포함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치에 개입한 유일한 대통령은 아니며, 이런 일은 수십년간 계속돼왔다”면서도 “다만 이제까지는 비밀리에 이뤄지거나 다른 명분을 취한 채 진행됐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노골적인 방식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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