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엡스타인 2019년 메시지 파문
이민자 보호 등 교황 연대 행보에…배넌 “경멸 이하” 비난
바티칸 “신앙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시도” 비판
AP 뉴시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미성년자 성범죄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을 “무너뜨리겠다”고 밝힌 정황이 미 법무부 문건을 통해 공개됐다.
14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달 약 300만 페이지 분량으로 공개된 미 법무부 문건에는 2019년 배넌과 엡스타인 사이에 오간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문건에는 배넌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떠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을 약화시키기 위한 구상과 관련해 엡스타인과 접촉한 정황이 담겼다.
특히 2019년 6월 배넌은 엡스타인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클린턴, 시진핑, 교황, EU-자, 해보자(come on brother)”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족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이민자 보호를 교황직의 핵심 의제로 삼아 왔으며, 이로 인해 트럼프식 국가주의 세계관과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로 평가된다.
배넌은 2018년 영국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을 “경멸 이하”라고 표현하며 ‘글로벌 엘리트’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또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현 부총리)에게 교황을 공격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 따르면 배넌은 엡스타인에게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의 위선을 폭로한 저서 ‘바티칸의 옷장 속에서’를 영화화하자고 제안하며, 엡스타인을 ‘총괄 프로듀서’로 지명하기도 했다.
해당 도서의 저자 프레데리크 마르텔은 최근 인터뷰에서 배넌과 파리에서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출판사가 이미 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배넌이 교황을 공격하기 위해 책을 도구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엡스타인이 2018~2019년 배넌과 교황 관련 기사들을 주고받은 기록도 포함됐다. 엡스타인은 2015년 교황의 미국 방문 당시 자신의 자택으로 “마사지”를 위해 초청하자는 농담을 하기도 했고, 2018년에는 교황의 중동 방문을 추진하려 한다며 “헤드라인 - 관용”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바티칸 인사들과 교황 전기 작가들은 배넌이 종교적 권위를 정치적 목적과 결합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교황과 긴밀히 협력했던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이는 단순한 적대감을 넘어 신앙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2018~2019년 교황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반발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2018년에는 전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의 성추문 대응을 문제 삼는 문건을 공개했으나, 이후 바티칸 조사에서는 교황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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