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전 스마트폰 받은 아동 잠 못 자고 뚱뚱할 위험 커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12월 30일 11시 24분


미 12000명 아동 코호트 연구 지속 따라
청소년 스마트폰 영향 연구 속속 발표
소셜 미디어 학습 능력 저하 뚜렷

바르셀로나의 한 초등학교 밖에서 11살 소녀가 아버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13살 이전에 스마트폰을 받은 아동들이 뒤에 비만과 수면 질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12.30.[바르셀로나=AP/뉴시스]
바르셀로나의 한 초등학교 밖에서 11살 소녀가 아버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13살 이전에 스마트폰을 받은 아동들이 뒤에 비만과 수면 질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12.30.[바르셀로나=AP/뉴시스]
13살이 되기 전 스마트폰을 갖게 된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수면의 질이 나쁠 위험이 60% 이상 높으며 비만 위험도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아동병원 란 바르질레이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는 첫째와 둘째에게는 사줬던 스마트폰을 막내에게는 사주지 않는다.

그가 미국 21개 지역의 1만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3살이 아니라 12살에 스마트폰을 받은 아이들의 수면의 질이 나쁘거나 비만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때문이다.

또 올해 발표된 각종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사고 능력 저하, 주의력 감소, 기억력 약화 등 측정 가능한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이용이 많을수록 우울과 불안의 비율이 높아지고 심야 사용이 많을수록 수면의 질이 약화되며 비만 위험도 커진다.

스마트폰이 청소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느냐 미치지 않느냐는 이미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영향이 얼마나 넓고 깊게 미치는 지와 그에 대응해 사회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가 논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는 이 달 들어 전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했다.

이어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며 다른 나라들은 두 나라의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여러 주가 아동의 소셜 미디어 접근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스마트폰 사용이 청소년에 미치는 해악을 둘러싼 논쟁은 뜨거웠으나 과학적 합의는 최근까지 형성되지 못했다.

스크린이 미치는 해악을 약물 시험하듯 명확한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일부 원인이 됐다.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으로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태어난 약 1만2000 명의 아동들을 추적하는 청소년 뇌·인지 발달 연구가 이뤄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 대상 청소년들이 오늘날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장기적 관찰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한 논문은, 이 자료를 사용해 단순한 스크린 사용과 중독적 사용을 구분했다.

◆중독적 사용 늘면 자살 충동 급증

그 차이는 결정적이었다. 온라인에 머무는 총시간 자체는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지가 드러나지 않지만 소프트폰과 떨어질 때의 불안, 사용을 줄이기 어려운 강박적 패턴은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적 사용이 증가한 청소년들은 사용 수준이 낮게 유지된 청소년들에 비해 자살 사고와 행동 위험이 2~3배 높았다.

이 연구는 또 온라인 활동의 유형에 따른 위험 차이도 발견했다.

비디오게임 사용이 많은 아동들은 불인과 우울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더 많이 보였고,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은 아동들은 규칙 위반이 잦고 공격성이 높았다.

이달 들어 NIH 자료를 활용한 청소년 건강 문제를 연구한 논문들이 쏟아졌다.

9살~13살 사이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과 인지 능력을 살핀 연구에서는 사용이 낮은 집단, 낮지만 증가하는 집단, 높으면서 증가하는 집단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뒤 두 집단에 속한 아동들이 소리내 읽기 인식, 그림 순서 기억, 어휘 시험 등 각종 인지 능력 측정에서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가 학습과 밀접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결과일 것으로 추정했다.

◆소셜 미디어 하루 1시간 사용조차 인지력 저하 초래

미 캘리포니아대 제이슨 나가타 청소년 및 청년 담당 소아과 의사는 “소셜 미디어를 하루 1시간만 사용하는 사용자들조차 소셜 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동들보다 인지 수행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놀라웠다”고 밝혔다.

소아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다른 연구는 게임이나 영상 시청과 달리 소셜 미디어 사용이 주의력 결핍 증상과 상대적으로 더 밀접하다는 점을 밝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토르켈 클링베리 인지신경과학 교수는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산만하게 만든다. 새 메시지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클링베리는 “계속 산만한 상태에 있다면 집중하는 능력이 갈수록 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질레이 교수가 지난 1일 소아과학에 발표한 결과는 스마트폰을 처음 받는 나이가 청소년의 이후의 안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난 7월 인간발달과 역량 저널(JHDC)에 실린 대규모 국제 연구 도 같은 결과였다. 13세 이전에 스마트폰을 받으면 특히 여성에서 자살 생각, 현실감 상실, 감정 조절 저하, 자존감 약화 등 청소년기의 정신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음을 밝힌 연구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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