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연탄 온정’… 후원량 4년새 59% 급감

  • 동아일보

2021년 528만장→작년 215만장
가구당 후원 65장→36장으로 줄어
구룡마을 주민 “가장 시린 설될 듯”

설을 일주일 앞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16.5㎡(약 5평) 남짓한 판잣집. 주민 이홍규 씨(71)는 창고에 남은 연탄 28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껴서 하루에 2장씩만 때도 보름을 못 버틸 양이다. 방 안으로 스며드는 냉기는 두꺼운 패딩 점퍼를 껴입으며 견딘다. 이 씨는 “최근 발생한 화재로 이웃이 마을을 떠난 데다 후원까지 줄어 올해 설이 가장 시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씨처럼 겨울철 연탄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연탄 나눔과 자원봉사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탄 후원량은 215만4272장으로, 전년(299만4243장) 대비 약 28% 감소했다. 527만8193장에 달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새 무려 59%나 급감했다.

연탄 사용 가구의 감소 속도보다 후원이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기준 연탄 사용 가구는 5만9695가구로, 가구당 평균 연탄 36장이 돌아갔다. 2021년 65장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줄었다. 지난해 연탄 배달 및 도시락 나눔 봉사자 수는 1만7543명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주민들도 이러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전원마을 주민 김모 씨(74)는 “기름보일러를 쓸지 고민도 했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집 안에서도 옷을 껴입거나 창문에 비닐을 덧대 추위를 피했다. 40년 넘게 구룡마을에 사는 조모 씨(85)는 “이웃들도 하나둘 떠나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점점 더 춥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탄 후원 감소가 단순한 난방 문제를 넘어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소득 홀몸노인에게 연탄 배달과 봉사자의 방문은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과 관계가 끊긴 이들이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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