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중재역할
2020년 美-탈레반 협상도 관여
헌법에 “국제분쟁 해결 촉진” 명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에 협의하면서 이번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타르는 2020년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과 미국의 휴전 협상도 중재하는 등 최근 국제 무대에서 ‘중재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보다 약간 큰 1만1600㎢의 영토를 보유했고 인구도 약 270만 명(자국민 약 30만 명)에 불과하지만 첨예한 분쟁을 잇달아 중재하며 외교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두 달을 앞둔 2023년 11월 말부터 양측을 본격적으로 중재했다. 하마스가 붙잡은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협상 등을 주재했다.
전쟁이 15개월을 넘기면서 휴전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12∼13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협상 타결의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15일 협상 타결 사실을 발표한 인물도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이었다.
이처럼 카타르가 중재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는 지정학적 요인이 크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국경을 맞댔고 시아파 맹주 이란과는 걸프만의 해상 천연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인구와 영토가 소규모인 나라가 생존하려면 강대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에 따라 헌법에 “국가의 대외 정책은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여 국제 평화와 안전을 강화한다”고 명시하며 중재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육성해 왔다. 미 공군의 해외 최대 규모 공군기지와 하마스·탈레반의 공식 사무소가 동시에 카타르에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이다.
또 카타르가 사우디, 이란, 튀르키예, 이스라엘 같은 중동의 강대국과 모두 원만한 관계를 형성한 이유로도 꼽힌다.
탄탄한 경제력도 보유했다. 세계적인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7만1568달러(약 1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도하에서 열린 ‘도하포럼’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마지드 빈 무함마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앞으로도 중재 외교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그는 “중재국은 협상 당사자 양쪽 모두로부터 비난받을 수 있다”며 “카타르는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중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쟁 중재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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