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조원짜리’ 전쟁피로 겪는 美의회…우크라 ‘지원 중단론’ 확산

  • 뉴스1
  • 입력 2023년 9월 22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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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참석차 9개월 만에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적인 무기 지원책을 발표하며 화답했지만, 예산안 심의·의결권을 쥐고 있는 미 의회에선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원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진 확대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은 오늘도, 575일 후에도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3억25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추기 지원 패키지에는 방공 미사일과 포탄, 대전차 무기, 집속탄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주에는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인도된다”며 “중요한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방공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575일 동안 (미국의 지원에) 정말 감사하다. 우리 군인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정확히 갖추고 있다”며 거듭 사의를 표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는 이번에 발표된 무기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두 정상은 양국의 철통 같은 협력 의지를 다졌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 전 국회의사당을 찾았을 때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느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진땀을 빼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각각 비공개로 진행된 상·하원 원내지도부와의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조를 받지 못하면 전쟁에서 패배한다”며 예산안 승인권을 쥔 의원들에게 읍소했다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공화당원들 사이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왔다. 로저 마셜 상원의원은 “의회가 젤렌스키에게 또다시 백지수표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과 내년도 예산안을 협상 중인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설득할 만한 정확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나아가 공화당을 장악한 강경 우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상황이 실망스럽다며 추가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이날 백악관에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 23명과 상원의원 6명은 서한을 통해 “반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도 모른 채 지원 요청을 승인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직격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부터 지난 8월까지 승인한 우크라이나 원조액은 1000억달러(약 133조원)에 달한다. 이중 무기지원에만 430억달러가 들어갔으며 지난달 기준 전체 의회 승인액의 91%가 집행됐다. 여기에 더해 백악관은 미 의회를 상대로 240억달러를 추가로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 기류를 의식한 듯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 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믿고 있다”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정권이며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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