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파산위기 CS 인수… 美-유럽 등 ‘달러 공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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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 위기]
6개 중앙銀, 금융위기 차단 나서

‘제2의 리먼 사태’ 우려를 낳은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1위 은행 UBS에 인수되며 글로벌 은행 위기의 급한 불은 겨우 꺼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 6개 중앙은행도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국립은행(SNB)은 1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SNB의 지원 덕분에 UBS가 오늘 CS 인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 원)으로, SNB는 UBS에 최대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7000억 원)의 유동성을 제공해 인수를 지원했다.

이번 발표 직후 미국 유럽 영국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6개 중앙은행은 동시에 성명을 내고 “달러 스와프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조치에 대해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로존 은행들이 미국 달러를 얻기 어려워 위기를 키웠던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고 있지 않다. 20일 장 초반 2,400대를 넘어섰던 코스피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계심이 번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0.69% 하락한 2,379.20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3.01%,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42% 떨어졌다.

美 등 6개 중앙銀 “달러공급 매일 점검” 휴일 공동성명


코스피 등 아시아 주요증시 하락… CS채권 상각 손실 등 여진 계속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신속대응”… 22일 연준 기준금리 결정에 촉각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CS) 이사회 의장(왼쪽)과 콜름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이 19일(현지 시간) 베른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은행과 스위스 정부는 UBS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CS를 30억 스위스프랑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른=AP 뉴시스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CS) 이사회 의장(왼쪽)과 콜름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이 19일(현지 시간) 베른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은행과 스위스 정부는 UBS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CS를 30억 스위스프랑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른=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6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 강화에 합의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위기 진화에 나섰다. UBS가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특정 금융사가 도산 위험에 직면했을 때 미 달러화를 쉽고 빠르게 공급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각국 중앙은행의 이런 노력에도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20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금융주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시장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 또한 금융주 주도의 하락장이 초반에 나타나고 있다.

● 美 22일 기준금리 결정 주목

연준과 ECB를 포함해 스위스 일본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은 일요일인 19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기존 체결된) ‘달러 유동성 스와프 라인’ 협정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20일부터 기존 7일 만기 기반 운영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는 ‘유동성 방어벽’ 역할을 해 가계와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스와프 협정은 환율 안정을 위해 협정 체결국 중앙은행들이 일정액의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해 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 표시 부채를 보유한 각국에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에 안전장치로 쓰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 중소형 은행의 위기가 세계 금융업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우려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0일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플래그스타은행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SVB에 대해서도 분할 매각 등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CB 또한 위기가 닥치면 유로존 은행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각국의 발 빠른 대응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적극적이란 평을 얻고 있다. 밥 미셸 JP모건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TV에 “우리가 본 적 없는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다. 각국이 ‘겹겹의 관료주의’를 차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의 관심은 21,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연준이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 과제인 금융 안정을 위해 고강도 긴축 경로를 조정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 CS 채권 보유자 손실 등으로 2차 혼란 우려

‘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등판했지만 여진이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미 CNBC에 따르면 CS와 UBS 주가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에서 20일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각각 60%, 10% 하락했다. CS 채권 보유자들의 막대한 손실도 ‘뇌관’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7000억 원)에 달하는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이 피인수에 따라 ‘0’으로 상각돼 채권자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달러 대비 유로 및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 미 중소형 은행의 추가 파산 위기, 세계 금융업의 강국으로 꼽혔던 스위스의 위상 하락 또한 시장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퍼스트리퍼블릭, 팩웨스트 뱅코프 등 미 중소형 은행이 비공개로 자본을 조달하려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옥타비오 마렌지 오피마스 컨설팅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의 금융중심지 지위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스위스가 금융업계의 ‘바나나 공화국’으로 평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하며 국제 자본에 종속된 제3세계 국가를 가리키는 경멸적 표현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ubs#파산위기#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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