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우크라 女수학자 필즈상 수상…“고향 키이우로 돌아가고 싶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6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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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지쳐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시름을 날리게 할 쾌거가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수학자 마리나 비아조프스카(38)가 올해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로 5일(현지시간) 선정됐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권위가 있다.

뉴욕타임스(NYT), 온라인 과학 전문 매체 ‘피스오그(Phys.org)’ 등에 따르면 현재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교수인 우크라이나인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박사가 1936년 필즈상이 생긴 이후 두번째 여성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그동안 고차원에서 케플러 추측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필즈상 후보군에 거론됐다.

올해 이전에 필즈상을 수상한 60명의 수학자 중 59명이 남자였다. 2014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수학자이자 이란인 마리암 미르자카니가 지금까지 필즈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이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내가 단지 두 번째 여성 (수상)이라는 것이 슬프다”며 “하지만 왜 그럴까? 나는 모르겠다. 앞으로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의 가족들은 원래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살고 있었다. 비아조프스카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일부였던 1984년 키이우에서 태어났다.

그는 키이우에 있는 타라스 셰브첸코 국립 대학에서 공부한 후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공과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2018년부터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다. 그의 남편 다니일 에브투신스키는 스위스 연구소의 물리학자이다.

하지만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인생이 영원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의 가족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녀의 부모와 자매형제는 올해 2월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살고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그의 자매와 어린 조카들은 키이우에서 대피했고, 현재 스위스에서 비아조프스카 박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부모님은 여전히 키이우 근처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쟁에 따라 시상식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옮겨진 시상식에서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수학을 포함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 그는 “(수학은)내 안의 두려움과 고통을 잊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그는 올해 3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21세의 수학자 율리아 즈다노프스카에게 경의를 표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율리아는 빛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고 그녀의 큰 꿈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며 “젊은 사람들이 죽으면, ‘젊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 끔찍한 전쟁에서 낭비된다면, 교사로서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의 연구는 400여년 전 요하네스 케플러의 추측을 변형한 것이다. 케플러는 행성들이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케플러는 또한 대포알 적층을 고려했다. 일반적인 피라미드 쌓기가 그들이 배열할 수 있는 가장 밀집된 방법이며, 가용 공간의 75%를 채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케플러는 그 주장을 증명할 수 없었다. 1998년 당시 미시간 대학에 재학 중이던 토마스 헤일스가 250페이지 분량의 증거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성공하기 전까지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수백 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혀온 스페어 패킹(sphere packing) 공로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구체를 가장 컴팩트한 방법으로 용기에 넣는 방법을 포함한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우선 배에 얼마나 많은 대포알을 넣을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수백 년 후에 수학자들은 이 문제를 3차원으로 풀었는데, 이것은 슈퍼마켓에서 오렌지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리는 것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론의 범위를 수학에서 가능한 다른 차원으로 넓히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이 문제를 연구하며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8차원과 24차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공식(magic formula)’을 발견했다.

MIT공대의 수학자 헨리 콘은 시상식에서 “마리나는 정말 기적적인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고, 프랑스 툴루즈 대학의 필립 무스트로(Philippe Moustrou)는 AFP통신에 “그녀가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추가 성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아조프스카의 생각은 그녀가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평화의 희망적인 귀환이 전쟁과 함께 남아 있다.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제가 키이우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녹지 공원, 조용한 장소, 그리고 고대 교회”라며 “이제 그곳에 전쟁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는 이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이우는 영원한 도시 중 하나다. 조만간 돌아오고 싶다”고 비아조프스카 박사는 말했다.

올해 필즈상 수상자는 총 4명이다. 수학자 개인의 업적을 평가해 최대 4명까지 수여한다. 공동 수상은 없고 상금은 1만5000캐나다달러(약 1500만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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