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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 연방대법 ‘여성 낙태권 인정 판례’ 49년만에 뒤집었다

입력 2022-06-25 03:00업데이트 2022-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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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9명중 5명 ‘위헌’ 판단
연방정부 차원 낙태권 폐지
주정부별 낙태 허용여부 달라질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뒤집었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위헌 심판 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9명 중 5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장되어 온 낙태권은 폐지되고 각 주 의회가 낙태 허용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결정문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고 그 논리도 빈약했다”며 “그 결정으로 인해 위험한 결과들이 초래됐고 국가적 분열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여성 낙태권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얼리토 대법관과 함께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찬성했다. 이들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했다.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다른 대법관들의 다수 의견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많은 여성들은 오늘 결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잃게 됐고 이에 깊은 슬픔을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26개 주가 낙태 금지 법안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미시시피를 포함한 13개 주는 낙태 금지 조치를 즉각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법’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다른 10여 개 주는 낙태권을 주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미국 여성은 낙태가 허용된 다른 주로 이동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 사회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미시시피주가 낙태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재점화됐다. 미시시피 낙태금지법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도 예외로 두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하지만 미시시피주 정부와 의회가 낙태제한법을 통과시키자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주 1, 2심 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들어 낙태제한법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에 미시시피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며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갔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에 따라 여성들의 낙태 권리를 계속 보장하기 위한 행정명령 등의 대응 수단 마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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