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우크라 전쟁, 쿠바 미사일 사태 이래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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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5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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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저자이자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 News1
‘사피엔스’ 저자이자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 News1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7주째 이어진 14일(현지시간) ‘사피엔스’ 등 통찰력 있는 유명 저서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아마도 우리는 세계 역사상 쿠바 미사일 사태 이래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이날 미 경제방송 CNBC 앵커 조프 커트모어와의 인터뷰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 때처럼) 핵전쟁이 갑자기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공격을 진전시키기 위해 핵무기나 다른 형태의 생화학 전쟁으로 눈을 돌릴 위험이 커지면서 인류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소련이 미국 ‘코 앞’에 위치한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를 시도, 핵전쟁 현실화 위협이 일촉즉발로 치닫던 상황을 의미한다. 열 하루간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제적 핵 공포가 극으로 치달았으나, 소련이 미국으로부터 쿠바 불가침 약속을 받아낸 뒤 미사일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진정됐다.

하라리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추구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평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스크바로의 행진에 환상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잊으라”며 “그런 움직임은 크렘린을 더욱 자극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전쟁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이지, 모스크바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변화는 러시아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는 세계사와 각국의 향후 위험 관리 방식 등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하라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더 많은 나라가 다른 공공 서비스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군비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가 국방비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라리는 러시아의 예산 대비 국방비 투입 비중을 약 20%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각국에서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군비 증강을 자제해온 독일마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국방비를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 재무장 의지를 시사했다.

하라리는 “조심하지 않으면 우리는 전쟁과 폭력의 정글 속으로 다시 빠져들어 탱크와 미사일에 많은 돈을 쓰도록 강요당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 국방 예산이 6%가 아닌 20%가 된다면 우리의 건강관리와 복지, 기후변화 등 다른 위험요인과의 투쟁을 희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인류 전체에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쟁의 평화적 해결은 우크라이나와 그 주변국 이익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사회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려스러운 언급이 주를 이뤘지만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제기했다. 서방 국가들이 이번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는 데 성공하는 시나리오다.

하라리는 “푸틴이 패배하거나 그렇게 보이는 식으로 종결된다면 기존 질서는 보호된다”고 했다. 그는 “규범이 있는데 누군가 그것을 어겨 처벌을 받는다면 그 규범은 실제로 강화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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