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美대법, ‘여성 낙태권’ 제한 시사…48년 된 판례 뒤집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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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대법관이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 임신 15주 이후 여성의 낙태권 제한을 시사했다. 이날 심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수 대 진보 대법관의 수가 6 대 3으로 바뀐 뒤 처음 이뤄진 것으로 연방대법원은 낙태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판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낙태법을 놓고 심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미시시피주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인 ‘잭슨여성보건기구’가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변론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로 불리는 1973년의 연방대법원 판결로 임신 22~24주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소송으로 기존 판례가 깨지면 최소 20개 주에서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화될 전망이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내년 6월경 나온다.

이날 심리 과정에서 미시시피 주정부 측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왔던 1970년대에 비해 현재 피임이 더 쉬워졌고 15주 전에 낙태를 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방정부 쪽에서는 “(낙태권 제한은) 개인의 권리를 전례 없이 축소하는 것으로 그 여파는 심각하고 신속히 나타날 것”이라고 맞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법을 유지하고 낙태 이론에서 주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 중 그 누구도 임신 22~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법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중에서 가장 온건하다고 알려져 있는 존 로버츠 대법관은 “15주는 임신을 끝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아니냐”고 물었다. 낙태 반대론자로 알려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여성이 원치 않는 출산을 한 뒤의 입양 절차와 여건 등에 대해 묻기도 했다.

이날 연방대법원 앞에서는 낙태권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심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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