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탈레반에 권력이양’ 항복… 대통령도 나라 떠났다

조종엽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진우 기자 입력 2021-08-16 03:00수정 2021-08-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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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포위뒤 “정부와 항복 협상중”
내무장관 “권력 이양” 사실상 항복
한국대사관 폐쇄… 공관원 철수
美, 헬기 동원 자국민 대피 15일 미군 수송헬기 ‘CH-47’ 치누크 헬리콥터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위를 날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주요 도시를 모두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카불까지 장악하는 것이 가시화되자 대사관 직원과 미 외교관 등을 대피시키기 위한 헬기가 마련됐다. 카불=AP 뉴시스

탈레반, 미군 철수 석달만에 아프간 재장악
아프가니스탄 권력이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무장 반군 탈레반에 넘어갔다.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던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을 시작한 올해 4월 29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CNN 등에 따르면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포위한 탈레반은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반대 측(아프간 정부)과 수도 카불의 평화로운 항복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압둘 사타르 미르자콰 아프간 내무장관은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을 진행한 이날 “‘과도 정부’에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항복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탈레반의 아프간 권력 장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철군 지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하려면 빨라도 철군 후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15일 카불 현지 한국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

아프간 정부 ‘탈레반에 권력이양’ 항복… 대통령도 나라 떠났다
탈레반, 아프간 다시 장악

미군이 올해 4월 철군을 발표한 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시작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탈레반은 아프간 대부분을 장악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15일 카불과 인접한 동쪽 잘랄라바드를 차지하면서 아프간 34개 주도 중 25개가 탈레반 손 안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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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카불 남쪽 11km까지 접근한 탈레반은 15일 카불 진입을 시작해 카불 일부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이날 아프간 정부와의 권력 이양 협상을 위해 카불에 있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AFP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을 인용해 탈레반 조직원들이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되 무력으로 진입하지는 말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등 아프간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들이 인력 철수에 나서는 등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대사관으로 헬기가 내리고 뜨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외교관들이 민감한 문서와 자료를 태우는 듯 대사관 지붕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빠르면 17일 오전까지 철수가 완료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독일 영국 등 카불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도 자국민을 전원 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채 속속 철수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대사관 철수 계획이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앞으로 권력을 쥐더라도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성이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 때처럼 여성 인권을 억압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내놓은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탈레반이 새 점령지에서 “모든 소녀와 남편을 잃은 여성은 반드시 탈레반 군인과 결혼해야 한다”고 선포했고, 여성이 혼자 밖으로 다니지 못하게 한 것으로 미뤄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탈레반은 15일 아프간 병사들에게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기존 정부군의 해산을 요구했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될 것이고, 긴급 물품 공급 역시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에는 아프간 내무장관 출신인 알리 아흐마드 잘랄리(81)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잘랄리는 미국 시민권자인 상태에서 2003년 1월 미국이 탈레반을 몰아내고 수립했던 과도정부 내무장관으로 임명됐던 학자 겸 정치인이다. 탈레반이 잘랄리를 수반에 앉히는 데 최종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진격으로 아프간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자 카불에 1000명의 추가 병력 파견을 지시했다. 앞서 발표한 증원 병력을 합치면 5000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파병은) 미국인 인력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축소 및 미군을 지원해 온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퇴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철군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인 재임기간에 탈레반이 2001년 이후 가장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게 놔뒀다는 비난도 함께 내놨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프가니스탄#탈레반#이슬람 무장 반군#권력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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