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말싸움선 동등해 보이지만… 실제 파워는 美가 中 압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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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1주년]글로벌 석학 인터뷰<2>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퓨처스 회장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세계적인 국제 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퓨처스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파워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지오폴리티컬퓨처스 제공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세계적인 국제 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퓨처스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파워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지오폴리티컬퓨처스 제공
《“미국과 중국이 말로는 동등해 보이지만 실제 파워는 비대칭이다. 양국 간 충돌이 만들어 내는 소음이 실제 충돌 상황보다 훨씬 시끄럽다.”

지금의 미중 관계를 진단하는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퓨처스(Geopolitical Futures) 회장의 화법은 직설적이고 단언적이었다. 미국의 파워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강한 자신감에 근거한 그의 전망은 확률을 앞세우는 예측이 아닌 명제에 가까웠다.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기술이 없고 인권 탄압과 같은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전문가로서의 카리스마가 스며 있었다.

프리드먼 회장은 지정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국제 정세 흐름과 글로벌 권력 구도를 예측하고 제도적, 사회경제적 주기론을 근거로 2020년 미국의 격변을 경고한 세계적 국제 정세 분석가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는 미국이 쇠퇴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며 미중 간 패권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호언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에 대해선 “서태평양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네 나라 해군력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을 인도태평양으로 옮겼다. 중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당신의 기존 전망과 다르다.

“중국에 대해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지만 전략적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미국을 압도할 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고 1인당 국민소득 등의 지표로 보는 경제력도 크게 떨어진다. 대외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맞선 미국 동맹들의 연합전선 구축으로 고립돼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과 신장위구르 같은 국내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그렇게도 거칠게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인가.

“미국이 실제로 중국에 취하고 있는 행동은 없다. 워싱턴에서 말만 그렇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미국은 중국의 모든 항구를 봉쇄하고, 중국과의 무역 문을 모두 닫아걸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중국은 미국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강해 보여야 하고, 더 위험한 존재처럼 보여야 한다. 두 나라가 수사(rhetoric)에서는 동등해 보이지만 실제 파워에서는 비대칭이다. 현재의 충돌이 내고 있는 소리가 실제 상황에 비해서 훨씬 더 시끄럽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국 ‘관세 폭탄’을 때리면서 미중 간 통상 전쟁이 벌어졌는데….

“중국이 먼저 미국산 제품의 수입에 제한 조치를 취했다. 통상 전쟁은 미국이 무역의 균형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결과다. 그 어떤 글로벌 무역 관계도 대칭적이고 상호적이어야 한다. 중국이 통상 전쟁을 끝내는 일은 간단하다. 미국 제품이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동의해 주면 된다.”

―두 강대국이 경제와 정치, 외교에서 충돌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같은 특정 분야만 협력하는 게 가능할까.

“실제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도 원칙 자체에 합의하는 건 유용하다. 다만 기후변화에 있어서 국가 간에 실제로 협력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이 중시하는 이슈에서 진전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고, 시 주석도 이를 통해 미국과 긴장을 완화시켰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미중이 이 문제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두 나라가 앞세우는 권위주의는 민주주의를 이길 수 있을까.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국이 러시아와 연합해 얻고자 하는 것은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력인데 러시아는 이를 갖고 있지 않다. 러시아 쪽에서 보자면 유럽 문제가 중요한데 여기에는 중국의 지원이나 동맹이 필요 없다. 군사적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서로를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실체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우리가 세계의 민주주의를 구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실제 민주주의를 구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 핵심은 경제다.”

―‘쿼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같은 동맹 연합체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아시아에서 정치적으로 나토 같은 동맹 연합체를 갖고 있다. 한국부터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모두 중국을 두려워하며 미국과 동맹 혹은 파트너를 맺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모두 반중국 연합전선의 일부를 구성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이에 필요한 군사력, 구체적으로는 해군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반면 쿼드를 구성하는 네 나라는 모두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네 나라를 묶어줄 것이다. 서태평양을 통제하고 여기서 중국의 영향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 주는 것, 결국 해군력이 핵심이다. 쿼드는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동맹 관계가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어느 한쪽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미국이 바라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서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교역은 한다’ 정도일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 매우 특별한 나라라는 것이다. 놀라운 직업윤리를 기반으로 번영해 왔고, 전략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으며,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공고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가치나 생활 스타일에도 많은 유사성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북한이 끝내 핵보유국이 되면 아시아에서는 핵개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

“북한 정권을 미쳤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미친 것처럼 보이려고 정말 열심히 애를 쓴 것이다. 미친 정권처럼 굴면서 양보를 받아내려는 의도다. 매우 똑똑한 게임이다. 그러나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라는 걸 그들도 알고 있다. 한국이 북한을 정복하려 하는 상황이 되면 핵무기를 쏠 수도 있겠지만, 한국도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걸 원하지도 않는다. 결국 한반도 상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당신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앞으로 500년은 유지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인종주의와 사회 분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으로 심하게 휘청거리면서 미국의 쇠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주기론에서도 얘기했지만 미국은 50년마다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미국 쇠퇴론을 이야기했다. 전 세계는 우리가 쇠퇴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강자(big guy)의 존재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의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있는 미국은 외세의 침입을 받을 우려도 없다. 그래서 맘대로, 혹은 무책임하게 행동해도 되는 여유가 있다. 그런 경우 때로 미국은 붕괴할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동맹국들의 경계심과 불신은 여전해 보인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또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이고 세계 문화의 엔진이다. 솔직히 미국은 세상의 문제에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미국 대통령이 인기가 있는지 여부는 변수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와 실제 그가 어떤 파워를 갖고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당신의 정세 분석은 적중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결이 뭔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할 수 없는지를 본다. 어느 국가를 볼 때는 어떤 말들이 나오는지에 대한 것보다 그 국가의 경제력, 해군이나 공군의 규모 같은 것들을 본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엄청나게 번영하는 나라이며 지정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중국과 일본, 북한을 오랫동안 다루게 될 것이며 미국과의 동맹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 미국 쪽으로 끌려가기에는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너무 크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말은 쉽다.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보라. 미국 없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나. 필리핀 같은 나라라면 가능하겠지만 당신들은 잃을 게 많다. 따라서 신중해야 한다.”

조지 프리드먼(72)
· 1949년 헝가리 출생, 부모와 미국으로 이민
· 뉴욕시티칼리지 학사, 코넬대 정치학 박사
·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1996년까지)
· 1996년 정세 분석 회사 ‘스트랫포(Stratfor)’ 설립
· 2015년 ‘지오폴리티컬퓨처스(Geopolitical Futures)’ 설립
· ‘100년 후’,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 ‘21세기 지정학과 미국의 패권전략’,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 등 출간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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