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오르며 야외 도로변에 탁자를 펴고 음식과 술을 즐기는 이른바 ‘야장(야외 장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특유의 레트로한 감성과 개방감을 즐기려는 2030 세대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야장맵’이라는 서비스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주말 반납해 개발한 ‘야장맵’, 3만 4000명 찾아
사진=야장맵 갈무리
IT회사 동료 3명이 의기 투합한 ‘에그토스트랩’은 최근 사이드프로젝트로 만든 ‘야장맵’을 출시했다. “야장을 너무 좋아하는데 찾기 어려워 직접 만들었다”는 총괄 개발자는 매일 퇴근 후 주말도 없이 서비스 개발에 매진했다.
술자리에서 막연하게 꺼냈던 아이디어에 야장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아이디어를 보태고, 4~5월 ‘야장 시즌’을 노려 구체적 기획에 나섰다. 3명 모두 비개발자인 탓에 실제 서비스 개발은 AI의 도움을 받았다.
서비스에 접속하면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주변 야장 정보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이나 가게 검색도 가능하다. 또 야장·폴딩도어·루프탑·야외 등으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이용자가 원하는 분위기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야장 감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오늘의 날씨’를 메인 화면에 보여주는 센스도 발휘했다.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4월 중순 오픈한 서비스가 SNS에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5월 초엔 트래픽이 가파르게 올랐다. 오픈 직후 하루 수 백명이 방문하던 페이지는 5월 들어 주간 방문자 3만 4000명을 넘었다.
등록 야장 점포 숫자 역시 초기 개발자들의 발품으로 시작한 100건에서, 이용자 제보를 통해 700여개로 늘었다. 현재는 서울 등 대도심 위주로 점포가 등록되어 있는데, 지역 곳곳에서도 “우리 동네도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에그토스트랩 측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써주겠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면서 “광고 한 번 집행한 적 없는데 이렇게까지 퍼지는 게 신기하다”고 밝혔다. ● 내 취향 모아보는 ‘테마형 지도’ 대세
값싼 식당 정보를 모은 ‘거지맵’. 사진=거지맵 갈무리야장맵의 흥행은 최근 디지털 지도의 쓰임새가 어떻게 다변화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거 지도가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특정 목적과 취향에 맞는 장소를 큐레이션해 보여주는 ‘테마형 지도’로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고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끼 1만 원 이하의 식당 정보를 큐레이션한 ‘거지맵’은 청년층의 실속형 커뮤니티 지도로 인기를 끌었고, 두바이쫀득쿠키 판매점 위치를 알려주는 ‘두쫀쿠맵’은 금융앱 토스와 콜라보하기도 했다. 먹거리 뿐 아니라 봄철 벚꽃 개화 정보를 제보하는 ‘벚꽃맵’도 있다.
특히 2030 세대는 대형 플랫폼보다 골목 상권과 숨은 장소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는 커뮤니티형 지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들이 직접 장소를 제보하고 후기와 사진을 공유하면서 지도 자체가 하나의 취향 커뮤니티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내 취향은 내가 직접 만든다” 비 개발자의 AI 코딩 프로젝트 붐
온라인담타 역시 비개발자가 AI를 활용해 개발한 서비스다. 사진=온라인담타 홈페이지 갈무리야장맵 열풍은 생성형 AI 시대의 새로운 흐름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있어야 가능했던 서비스 제작이 이제는 AI 도구를 활용해 비개발자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야장맵 제작팀은 개발 지식이 없던 비개발자들로 AI 코딩 툴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온라인 담타’ 서비스 역시 전문 개발자가 아닌 프로덕트 매니저가 AI 기반 디자인·코드 생성 툴을 활용해 혼자 제작한 사례다.
에그토스트랩 측은 “평소 호기심이 많고 실행력이 높은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 한 달에 앱을 한 개 씩 만들어보자고 약속한 뒤 매일 퇴근 후 모였다”고 야장맵 개발 비화를 전했다. 개발이나 디자인 등 부족한 부분은 AI로 메우면서 “기술 보다 본질적인 아이디어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어 “AI 시대가 되면서 비개발자도 자기 손으로 서비스를 끝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말 큰 변화라고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서비스를 출시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대형 플랫폼이 채우지 못한 ‘마이크로 취향’을 겨냥한 DIY형 서비스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