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크고 작은 정치적 역사적 논란에 휘말렸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는 현지 운영권을 가진 맥심그룹 창업자의 딸이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옹호했다가 타깃이 됐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유대계다 보니 ‘친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돼 중동에서 수차례 불매 운동도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미국 본사는 “어떤 정치적 종교적 이념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해명을 반복해야 했다.
▷이번에는 신세계그룹이 운영권을 가진 한국 스타벅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5/18 탱크 데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텀블러 할인 행사를 홍보하면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탱크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게시물에 포함된 ‘책상에 탁!’이란 문구를 두고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고문 사실을 은폐했다가 국민적 분노를 샀다. 여기에 할인 텀블러 용량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형 번호를 연상케 하는 503mL라는 점까지 조명되며 행사 기획자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을 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국민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 숙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국 본사도 하루 만에 성명을 내고 사과했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탱크 텀블러’라는 제품명을 활용한 프로모션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설사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해도, 현대사의 큰 비극인 5·18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지식과 감수성이 있었다면 내부 검토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했다. 경영진이 몰랐어도 문제고, 보고를 받고도 문제의식 없이 넘어갔다면 더 문제다.
▷한국은 인구 대비 스타벅스 매장 수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광주에만 71개의 매장이 있어, 인구 대비 매장 수로는 서울 다음이다. 더구나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3조 원을 투입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런 기업이 마케팅 행사를 하면서 5·18의 의미와 광주의 역사적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건 어이없는 일이다. “저부터 교육을 받고 역사의식과 윤리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정 회장의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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