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판매하려면 ‘파오차이’ 표기 의무화”…치밀한 中 ‘김치공정’

뉴스1 입력 2021-03-12 13:31수정 2021-03-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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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국내 김치 제조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오차이’(泡菜)라는 중국식 김치 표기를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국 식품 표준에 따르지 않는 제품은 현지 사업과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 표기법을 따르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 정부가 한국식 김치 표기를 위해 마련한 제도는 당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중국발 ‘김치공정’에 대응책이 부실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을 상대로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정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대상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 ‘청정원’과 ‘종가집’은 중국에 수출 또는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 중인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표기해 판매한다. 패키지 전면에 파오차이와 함께 영어와 한글이름 김치(Kimchi)를 동반해 작게 표기한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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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김치를 사용한 간편식에 파오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유통 중인 파오차이 찌개(泡菜 )와 한국식 파오차이 군만두(韓式泡菜煎)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간편식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비비고 김치를 판매하거나 수출하지는 않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김치를 생산·판매 중이다. 중국 법인 ‘포미다식품’은 제품명에 자른 파오차이(切件泡菜)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김치를 김치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의 식품안전국가표준(GB) 때문이다. 중국에 수출 또는 생산·판매하는 식품은 모두 GB 표기 방식과 생산 조건을 따라야한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사업 진출과 판매·유통이 금지된다. GB는 현재 한국 김치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절임류 채소로 만든 식품을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분류하고 있다.

중국의 브랜드 현지화 문화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싱바커(星巴克), 맥도날드는 마이땅라오(麥當勞), 코카콜라는 커커우커러(可口可?)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해있다. 현지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 중 하나다. 애플의 경우엔 아이폰(iPhone)을 현지에서도 영문 브랜드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만큼 자율성이 보장된다.

문제는 식품의 경우 GB 표기 방식을 강제 의무 사항으로 두고 있어 최근 불거진 김치공정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표기법을 따르지 않으면 사업에 진출하거나 제품을 판매할 수가 없다”며 “(국내) 기업들도 중국에서 김치를 김치로 표기하지 못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행한 개정 ‘김치산업 진흥법’도 김치 표기 세계화에 걸림돌 중 하나다. 해당 제도는 제품에 ‘한국 김치’나 ‘대한민국 김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지리적 표시권을 취득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표시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생산한 주원료(원료 함량 상위 3개)를 국내에서 가공해야 한다. 기업들은 김치의 모든 원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하거나 생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표시권 취득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현재 법 시행 반년이 넘도록 국내 주요 김치 업체 중 국가명 지리적 표시권을 등록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앞서 2010년대 초반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치의 중국식 이름을 ‘신치’(辛奇)로 지정해 중국과 타이완, 홍콩에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맵고 신선하다’는 뜻을 담아 만든 이름인 탓에 백김치와 동치미 같은 제품까지 포괄해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중국의 김치공정에 대응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가 K-푸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만의 노력으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중국 정부와 글로벌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 조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김치 표기와 관련한 기업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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