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국방장관에 흑인 오스틴 낙점”…물망 올랐던 플러노이는 발목 잡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14시 59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방부 장관으로 4성 장군 출신인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전 사령관은 당초 유력했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이 당내 진보세력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에서 뒤늦게 급부상한 인물로, 최종 임명시 미국 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7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르면 9일 오스틴 전 사령관을 국방부 장관 지명자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흑인 최초로 합참부의장과 중부사령관까지 올랐던 오스틴은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 과정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이라크 정책을 맡고 있었고, 오스틴은 중부사령관으로 이라크내 미군 병력을 책임지고 있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앞서 첫 여성 국방장관 후보로 주목하고 있었던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은 외교안보 분야의 컨설팅 회사인 ‘웨스트이그젝’ 및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에서 활동하면서 방산업체 지원을 받아온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웨스트이그젝’의 공동 설립자인 토니 블링컨이 국무장관에 이미 지명된 만큼 같은 회사의 인물을 또 다른 외교안보 요직에 기용하는 것도 바이든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이었다. 당내에서 ‘더 많은 흑인을 고위직에 임명해 달라’는 압력도 거센 상황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후보군으로 오스틴과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이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존슨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내면서 불법이민자 가족 구금과 추방, 드론을 이용한 과도한 폭격 등 문제로 비판받았던 전력이 있었다. 반면 오스틴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미군이 전쟁을 치렀거나 진행 중인 대부분의 지역을 총지휘하면서 리더십을 인정받아왔다. 그의 지명은 당내 진보세력은 물론 공화당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무난하게 인준을 통과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게 언론의 관측이다.

다만 오스틴은 지명되더라도 군에서 떠난 지 7년이 되지 않아 의회에서 특별 면제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민간의 군 통제를 중시하는 미국 국방부에서는 전역 후 7년이 넘어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 의회는 불과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에 지명된 제임스 매티스에게 특별면제를 해준 터라 이런 사례가 이어지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전역한 4성 장군 출신들이 계속 행정부처 및 주요 기관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오스틴은 이라크, 아프가니스칸, 시리아 등 미국이 전쟁을 치렀거나 진행 중인 지역 대부분을 책임지면서 전술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편은 아닌데다 공개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피해다닌 탓에 군 안팎에서는 “매티스 같은 스타 파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최종 임명시 120만 명의 미군 및 여러 산하기관을 이끌면서 국방수권법(NDAA) 및 국가국방전략(NDS) 등에 따라 중국을 상대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국방력 강화 및 군사전략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군사정책, 역내 미사일 배치 문제 등을 책임지게 된다. 대중 강경파인 플러노이 전 차관이 중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것과 달리 오스틴은 아시아 현안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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