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코로나 블루’…“日, 10월 사망자 더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0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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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최근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7~12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10월 한 달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한 전체 사망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량실업, 사회적 고립 등에 따른 소위 ‘코로나 블루’가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10월 일본 전역에서 2153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2139명)보다 많다. 월간 단위로도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전월보다 증가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851명이었다. 같은 기간 남성 극단적 선택 증가율(22%)의 약 4배에 이른다. 미국 CNN은 코로나19로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일어난 호텔, 음식 서비스업, 소매업의 계약직 노동자 중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성이 급증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울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치부하는 문화적 배경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성년자들도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초·중·고교생은 2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명(30%) 늘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폭발한 후 20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진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극단적 선택이 급증했다. 2003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3만4000명에 달해 국가 전체가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정부는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마련하고 각종 예방 캠페인과 지원책도 시행했다.

이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극단적 선택이 매년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97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2만169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10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전면봉쇄를 실시하지 않았고 확진자·사망자가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에 비해 훨씬 적은 일본에서 극단적 선택이 급증했다는 점으로 볼 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에다 미치코(上田路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부교수는 CNN에 “향후 다른 나라에서도 극단적 선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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