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연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 지시…공화당내서도 “큰 실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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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행정부에 민주당과의 경기부양책 협상을 중단하라고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다가 5일 백악관에 복귀한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른 충격으로 6일 오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급락세로 전환해 1% 이상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야당 민주당은 물론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큰 실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윗을 통해 “나는 협상팀에게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때까지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며 “대선에서 내가 이기고 나면 우리는 성실한 미국인들과 중소 사업체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중단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소속 하원의장)는 민주당 측 주(州)정부에 코로나19와 전혀 상관이 없는 2조4000억 달러를 지원하자고 한다”며 “우리는 1조6000억 달러라는 매우 관대한 제안을 했는데 그는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에 경기부양책 통과를 촉구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오면서 충격이 더 커졌다. 뉴욕 증시는 이날 오후부터 급락세로 반전해 S&P500지수가 1.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3% 각각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워싱턴 정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경기부양안 협상은 양당이 조금씩 견해를 좁혀 가며 타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중이었던 3일에는 “위대한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필요로 한다. 협력하고 마무리 짓자”라고 트윗에 썼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보수 결집’을 노린 대선 전략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는 6일 트윗에서 “나는 (경기부양안) 대신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뛰어난 대법관 지명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요청했다”고 썼다. 앞으로 남은 선거전에서 국민의 살림살이 같은 실용적인 사안보다 보수 성향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등 이슈를 앞세워 이념 대결의 구도로 끌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경기부양안 협상 결렬은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당 모두 다음달 3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상·하원 선거 후보들과 당원들로부터 반드시 협상 타결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공화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매우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선물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다가 지지율을 깎아먹는 자책골을 넣었다는 취지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 지시가 나온 뒤 바로 성명을 내고 “오늘 다시 한 번, 대통령이 나라를 볼모로 자신을 앞세우는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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