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리커창… 노점상 예찬 9일만에 베이징市 “단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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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문제 해결로 내세웠지만 베이징市 “수도 이미지에 안맞아”
관영매체도 “맹목적 수용 안돼”… 홍콩언론 “시진핑과 리커창 갈등”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노점 경제’를 강조한 지 9일 만에 베이징(北京)시 정부와 관영 매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베이징시 당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인 차이치(蔡奇)다. 총리가 강조한 정책을 지방정부와 관영매체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 반중(反中) 성향 매체에서는 시 주석과 리 총리 간의 갈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리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폐막 기자회견에서 취업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노점 경제를 내세웠다. 그동안 노점 영업을 단속해 왔던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배치된다. 리 총리는 이어 이달 1일 산둥(山東)성 시찰 중 노점상을 찾아 “중국 경제의 생기”라고 말했고, 노점 열풍이 전국으로 퍼졌다. 최근 베이징에서도 차오양(朝陽)구와 하이뎬(海淀)구 등 인도에도 노점상이 늘어선 광경이 목격됐다. 인터넷에서는 ‘베이징 노점 109곳 지도’까지 돌았다.

하지만 관영 베이징일보는 6일 베이징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노점 경제는 국가 수도인 베이징시에 부적합하다. 맹목적으로 따르면 안 된다”며 “베이징시는 노점과 도로 점거 영업 등 위법 행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해 엄격하게 처리(단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점은 국가와 국가를 대표하는 수도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관영 중국중앙(CC)TV도 7일 논평에서 “노점 경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맹목적으로 뛰어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노점 경제 열기가 과열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중 성향의 홍콩 핑궈(빈果)일보는 “당 중앙 선전부가 노점 경제 선전을 금지하고 열기를 낮추라고 지시했다”며 “시 주석과 리 총리 간의 투쟁이 백열화(白熱化·아주 열띤 상태)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해석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전국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은 리 총리가 유일하게 시 주석의 통제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전에 나왔던 시 주석과 리 총리 간 내부 투쟁 관측이 이번에 다시 나온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리커창 총리#노점 경제#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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