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등 미국 CEO들, 코로나 위기 전 주식 팔았다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25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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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를 비롯한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이 92억달러(약11조4000억원)어치 자사주를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의 경영자들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매각한 자사주는 92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매도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의 64억달러보다 30% 넘게 많은 것이다.

대기업 임원들은 최근 한 달 반 사이 자사주를 매각한 덕분에 19억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한편, 뉴욕증시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지며 9조 달러 가까운 시총이 사라졌다.

WSJ는 2월 1일부터 3월 19일까지 규제당국에 보고된 4000개 넘는 자사주 매각 자료를 분석했다. 최대 매도자는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로 그는 지난달 첫째주 34억달러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치웠다.

당시 아마존 주가는 사상 최고점에 근접해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 주가는 코로나 여파로 한 달 사이 급락했다. 결국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식 매각으로 3억1700만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베이조스가 지난달 한 주에 팔아치운 자사주 규모는 지난 12개월 동안 팔아치운 것보다 많았다고 WSJ는 전했다.

금융투자업체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CEO도 지난달 14일 2500만달러어치 자사주를 팔아 930만달러 손실을 헤지(hedge)할 수 있었다. 금융정보업체 IHS마킷 CEO는 지난달 19일 4700만달러어치 자사주를 매각했고 덕분에 1920억달러 손실을 피했다.

베이조스를 비롯한 CEO들 이외에 내부 직원 수 천명도 가격이 급락하는 자사주를 내던졌다. 내부직원들이 매각한 자사주는 모두 64억달러 정도다.

150명 넘는 경영자들과 내부 직원들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인당 최소 100만달러어치 자사주를 팔았다. 이들의 자사주 매각이 앞선 12개월 동안 제로(0)였다는 점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들이 은밀한 내부 정보를 악용해 자사주를 팔아 치웠다는 의미는 아니다.뉴욕 증시는 지난달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또, 기업 임원들은 세금 등의 문제로 연초 주식을 매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10b5-1’ 규제 역시 임원들의 주식 매각을 유도한다. 이 규제는 회사의 기밀이나 중요 정보를 아는 인사가 미리 주식 거래 계획을 밝히면 추후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원래 계획했던 자사주 매각이 앞당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자문을 하는 아담 엡스타인은 WSJ에 “증시 폭락 이전부터 자사주 매각 계획이 있었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 CEO의 자사주 매각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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