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100% 재택근무령… 사실상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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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美 확진자 세계 4번째로 많아
일리노이주 등도 외출금지 명령… 미국인 4명중 1명꼴 자택 격리
전문가 “실제 감염자 11배 달할것… 5월말까지 65만명 확산” 전망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면서 확진자 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5월 말까지 최대 65만 명이 감염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의 경제·문화 중심인 뉴욕주는 사실상 봉쇄 상태에 들어갔다.

○ 미국 인구 4분의 1 ‘자택 격리’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20일(현지 시간) 50개 주 가운데 뉴욕주를 첫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뉴욕주는 연방정부 재난구호기금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자연재해로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감염병 때문에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뉴욕주의 확산세가 심각하다.

미국의 확진자 규모가 주말 새 1만2543명 늘어나며 세계 4위로 올라선 중심에는 뉴욕주가 있다. 뉴욕시(6211명)를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뉴욕주는 21일 확진자가 1만2315명까지 늘어났다. 뉴욕주의 인구는 미국 전체의 6%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는 미국 내 전체 2만6900명의 46%에 달한다. 뉴욕주는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와 물품은 물론 병상과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며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왔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주 전체를 대상으로 “집에 머물라”는 명령을 내렸다. 식료품이나 약품 구입, 꼭 필요한 업무 등 목적 외에는 아예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젊은층도 안전하지 않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조치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각 주정부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일리노이주도 이날 J B 프리츠커 주지사 명의로 외출을 최소화하고 집에 머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미 캘리포니아주가 4000만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같은 명령을 내린 것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미국인 8400만 명 이상이 사실상 집에 갇혔다.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을 갖지 말라는 강한 권고의 형식이지만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이 명령을 어기면 벌금 부과는 물론 체포 및 구금까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 당국은 뉴욕 등지의 호텔과 대학 기숙사를 임시 병동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등 연방정부의 추가적 대응 조치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 “2차대전 이후 최대 희생자 나올 수도”

이런 전례 없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실제로는 훨씬 많고, 확산세가 5월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20일 뉴욕타임스의 코로나19 사례 데이터베이스와 인구통계국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실제 감염자는 현재의 11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감염자 중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수준이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제 감염자가 22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적절한 방역 대책을 통해 확산 속도를 절반으로 낮춘다고 해도 중부 내륙까지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번지면서 2개월 뒤인 5월에는 65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다만 학교의 전면적인 휴교와 단체 모임 금지, 환자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즉시, 전국적으로 철저하게 진행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컬럼비아대 제프리 샤먼 환경건강과학과 교수는 “1918년 스페인독감 이후로는 가장 재앙적인 상황일 수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험하지 못한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코로나19#미국 뉴욕주#재택근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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