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보고서 “카슈끄지 살해, 사우디 정부 계획하고 실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2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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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말 카슈끄지 살해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계획하고 실행했다”

지난해 10월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反)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내린 결론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특별보고관이 7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여러 증거들을 봤을 때 카슈끄지는 사우디 정부가 벌인 잔혹한 살해의 희생자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법의학 전문가 등과 함께 터키 이스탄불을 찾아 일주일동안 독립적인 조사를 벌였다. 그는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사우디 측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칼라마드 특별조사관은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터키 정부의 사건 조사 시도를 방해하려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가 터키 일부 외교시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 사건 직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 그는 또 조사 과정에서 터키 정보기관이 입수한 카슈끄지 피살 사건 현장의 음성 녹음 파일을 들었다며 “섬뜩하고 무시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검찰은 3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첫 재판에서 피의자 11명 중 5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칼라마드 조사관은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사우디를 방문해 조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 그가 오랫동안 각종 칼럼을 통해 비판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건의 최종 배후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빈살만 왕세자가 사건의 실질적 배후였음이 확실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도 빈살만 왕세자가 까슈끄지 피살 1년 전부터 그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미 정보기관 자료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2017년 고위 보좌관과의 대화에서 “까슈끄지가 사우디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지 않으면 그에게 ‘총알(bullet)’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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