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트럼프 닮은꼴… ‘자국 우선주의’로 표심 자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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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승리 유력한 보우소나루 “트럼프 숭배… 브라질 위대하게”
두테르테, 오브라도르, 존슨… 포퓰리즘 정치인들 잇단 득세

“나는 트럼프 숭배자다. 나는 브라질을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

28일(현지 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63)가 11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2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는 56.8%를 기록해 2위인 좌파 노동자당(PS)의 페르난두 아다드 후보(43.2%)를 여유 있게 앞섰다.

‘브라질 트럼프’라 불리는 보우소나루는 자극적 언행부터 주류 언론과의 불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까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판박이다. 브라질 군부 독재를 미화하고 성, 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비판을 받았던 보우소나루는 정치부패 근절, 연금 개혁, 공기업 민영화 공약 등과 함께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무장 군인을 거리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트럼프 닮은꼴’ 정치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트럼프 이전의 트럼프(Trump before Trump)”로 칭한 바 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55)를 필두로 최근 우경화가 눈에 띄는 동유럽 지역에 트럼프 닮은꼴이 많다. 영국 보수당의 차기 주자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54) 역시 영국의 트럼프로 불린다. 아시아에선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73)이 대표적인 닮은꼴이다.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65)처럼 ‘트럼프 스타일’은 좌우 이념을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듯이 트럼프 닮은꼴들 역시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보우소나루는 난민을 ‘쓰레기’로 빗대거나 “아들이 게이라면 밖에 나가 죽는 게 낫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성폭행 피해를 두고 “예뻐서 당했다”류의 발언을 반복해 몇 차례 사과한 바 있다.

트럼프 닮은꼴의 확대는 포퓰리즘과 국수주의의 확대로 읽힌다. 기성 정치권의 엘리트주의에 염증을 느낀 대중이 ‘트럼프 스타일’에 마음을 움직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사설에서 “경기 침체와 전 대통령의 부패 등으로 변화가 절실한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의 견해가 솔직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며 “혼란과 실망으로 인해 유권자가 공격적이고 상스러운 포퓰리스트에게 문을 열어주는, 민주주의의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위은지 기자
#트럼프 닮은꼴#자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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