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거리행진, 勞에 퇴짜맞은 佛 강성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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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반대 여론 확산에 힘빠져

“에어프랑스 노조는 경영진의 임금 제안을 수용하라.”

얼핏 들으면 에어프랑스 사측이나 경영자단체의 성명 같지만 실은 프랑스 민간분야 제1노조 민주노동동맹(CFDT)이 촉구한 것이다. CFDT 로랑 베르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프랑스 라디오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에어프랑스의 핵심 노조인 비행사노조를 향해 “모두를 인질로 삼고 회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마르크 자나이야크 에어프랑스 회장은 향후 4년에 걸쳐 임금 7% 인상을 제안했지만 에어프랑스 노조는 올해 당장 5.1%를 인상하라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2월부터 시작된 11번의 파업으로 3억 유로(약 3900억 원)의 손실을 봤으며 이달에도 4번의 파업이 더 예고돼 있다. 베르제 총장은 “하늘에서 비행사들이 많은 임금을 받게 되면 그보다 어려운 형편의 지상 근무 직원들이 더 힘겨운 임금 삭감에 직면하게 된다”며 비행사들에게 이기심을 버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각종 사회개혁 추진이 힘을 받는 이면에는 ‘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프랑스의 노조 문화와 환경 변화가 한몫하고 있다. 1일 노동절을 맞아 최대 강성 노조인 공공분야 제1노조 노동총동맹(CGT)과 극좌 세력들은 정부의 철도 개혁과 공무원 개혁에 맞서 약해지고 있는 저항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라디오 유럽1은 “마크롱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파업 불패의 신화를 써 온 철도노조의 파업이 지난달 초 파업 시작 2주 만에 파업자 수가 20% 밑으로 떨어지고 지지 여론은 40%대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CGT는 노동절 당일인 1일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이탈리 광장까지 행진을 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반자본주의와 반파시스트 사회운동 세력과 극좌 성향의 정치세력도 행진에 동참했다.

그러나 반발의 정도가 예전 같지 않다. CGT는 지난달 중순 “우리가 차이점을 토론하는 것보다 함께할 수 있는 걸 봐야 한다”며 다른 주요 노조 단체들에 노동절에 함께 집회를 열고 거리 행진을 하자는 연대를 제안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CFDT의 베르제 사무총장은 “우리는 투쟁과 갈등의 중심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대신 노동절을 맞아 전국자율노조연맹(UNSA)과 프랑스기독교노동자조합(CFTC)과 함께 사회 대화와 대타협을 강조하는 내용의 이탈리아 감독이 만든 영화를 함께 보는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베르제 사무총장은 “대화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철도 노동자 다수를 대변하고 있는 CFDT 역시 마크롱 정부의 철도공사(SNCF)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파업 대신 7일로 예정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주요 노조의 면담을 통해 대화로 해결하려고 한다. 베르제 사무총장은 “정부는 철도노동자들에게 굴욕감을 주듯이 너무 밀어붙이지만 말고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는 철도공사에 경쟁을 도입하는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철도 서비스가 낙후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넘기지 말고 회사가 자구책을 찾고 재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프랑스 제3노조 노동자의 힘(FO)의 새로운 사무총장으로 뽑힌 파스칼 파바조는 “그동안 역대 사무총장이 모두 사회주의 정당 소속이었지만 나는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겠다”고 밝히며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노동절#거리행진#프랑스 강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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