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세 독촉 대신 붕어빵 한봉지…삶 포기했던 가정 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2일 13시 54분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 수원시 제공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 수원시 제공
“힘내세요!”

삶을 포기하려 했던 50대 여성이 세무 공무원의 위로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12일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삶이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대료는 수개월 동안 내지 못했고 지방세·과태료는 체납돼 통장이 압류됐다. 일용직 일자리도 구해지지 않았다. 다리 인대가 끊어진 20대 아들은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에 있었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주변을 정리하면서 지방세와 과태료를 조금이라도 내기 위해 차량 공매를 신청했다.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은 차량 공매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A 씨를 찾았다. 주차장에서 차량이 견인되는 동안 체납하게 된 이유를 조심스레 물은 신 주무관에게 A 씨는 “아들과 같이 사는데,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먹을 것도 없어 며칠 동안 굶었다”고 털어놨다. A 씨의 사정을 들은 신 주무관은 “당장 먹을 음식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마트에 같이 가자고 했다. A 씨는 신 주무관의 위로에 눈물을 흘리며 “괜찮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모든 걸 정리하려 했기에 누구에게도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던 것.

A 씨를 보고 불안을 느낀 신 주무관은 A 씨에게 일단 몇 만 원이라도 전해주기 위해 주변 현금인출기를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주머니에는 4000원 밖에 없었다. 그때 우연히 붕어빵을 파는 트럭을 봤고 붕어빵 6개를 사서 A 씨의 집을 찾았다. 신 주무관은 “힘내세요!”라고 위로하며 붕어빵을 건네주고 떠났다. A 씨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한참을 하염없이 울다가 붕어빵을 물었다. 너무나 맛있었다. ‘내가 더 살아도 될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뉴시스

신 주무관은 주말에 쌀과 반찬거리, 라면을 들고 A 씨의 집을 다시 찾았다. 신 주무관은 “수원시 공무원은 수원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 미안해하지 않고 드셔도 된다”며 “힘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먹을 게 없어 며칠 동안 굶주리다시피 했던 A 씨는 모처럼 밥을 지어 먹었다. 아들이 갓 지은 밥에 간장을 비벼 먹더니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찾아보겠다”며 집을 나섰다. A 씨는 쌀과 반찬이 있으니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하루 세 끼를 먹었다. 오랜만에 느낀 행복감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신 주무관은 종종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며 일자리 정보, 무료 법률 상담, 세무서 조정 신청 등의 정보를 알려줬다. A 씨는 무료 법률 지원 상담을 받았고 세무서를 찾아 세금 조정 신청을 알아봤다.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에도 다녀왔다. 2025년 12월 31일 집 앞에서 떡볶이와 순대, 튀김이 담긴 비닐봉지를 든 신 주무관을 다시 만났다. 신 주무관은 A 씨에게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오는 동안 음식이 다 식었다”며 “꼭 데워서 드셔라”고 당부했다.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 수원시 제공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 수원시 제공

시는 A 씨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방법을 안내하며 신청을 도왔다. 민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긴급위기가정지원 프로그램 신청도 안내했다. A 씨는 연체된 임대료와 자립비, 생필품 등을 지원받기로 했다. A 씨는 현재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A 씨는 이달 5일 수원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신 주무관 등에 대한 고마움을 적었다. A 씨는 “제게 희망과 감사함을 알게 해주신 신용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잘 살아서 꼭 보답하겠다”고 했다. 신 주무관은 “며칠 전 김치를 택배로 보내드렸는데, ‘정말 오랜만에 김치를 먹었다’며 고마워하셨다”며 “A 씨 가족이 자립할 때까지 계속 연락하며 안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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