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34>“방해하지마”…‘막강’ 트럼프에 한방먹인 의원들,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1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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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맥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치 맥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Don‘t interrupt me.”(나를 방해하지 마)

내가 어떤 일에 열중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을 때 하는 말인데요. 특히 내가 침 튀겨가며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말을 끊었을 때 하는 말입니다.
이 표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또는 적어도 동격인 사람들 사이에서 할 수 있죠. 사장님이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일개 사원이 끼어들었을 경우 기분 나빠진 사장님이 하는 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원이 열심히 브리핑하는 중에 사장님이 뭐라 하며 끼어들었을 때는 써선 안 되는 말입니다.

요즘 ‘Don‘t interrupt me’라는 표현이 미국에서 화제인데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Don‘t interrupt me”라며 쏘아붙인 사례가 있습니다. 대화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같은 당 소속입니다. 권력구조상 이들 중에 누가 윗사람인지, 누가 아랫사람인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하는 대화의 흐름이 아닙니다. ‘나를 방해하지마’라고 쏘아붙인 사람은 맥코널 대표, 그의 한마디에 초라해진 이는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요즘 미국에선 공화당이 주도하는 백악관과 의회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오바마케어’(현행 건강보험법)를 폐기하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맥코널 대표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려고 만든 상원 건강보험 개혁안을 갖고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을 했죠.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었다고 합니다. 다혈질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이죠. ‘급’도 안 되는 질문을 해대며 브리핑을 자꾸 중단시키는 대통령에 화가 난 맥코널 대표가 ‘나를 방해하지 말라’며 쏘아붙인 겁니다. 한마디로 ‘입 다물어’(Shut up)라는 의미죠.

밥 코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밥 코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의원들로부터 ‘한 방 먹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그의 고민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번은 공화당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나를 따르지 않는 거냐”며 훈계를 했죠. 그 때 밥 코커 상원의원(상원 외교위원장)이 정색을 하며 말합니다. “I don’t work for you, Mr. President”(나는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

미국 대통령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일 뿐입니다. 입법을 책임지는 의회, 법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법원과 함께 삼권분립이 비교적 확실하게 지켜지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의회의 도움 없이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존경은 대단합니다. 그것을 모르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제왕적 파워를 행사하려 했다가 입법부의 리더들로부터 반격을 당한 셈이죠.

‘어떻게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맞장을 뜰 수 있나?’ 우리의 정서는 그렇습니다. 한국도 삼권분립 국가이긴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대통령은 파워(권력)의 정점에 서있고, 입법과 사법은 아래쪽 어디쯤에 있다는 걸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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