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군, 中 도로 공사 차단이 발단… 中병력 출동해 몸싸움 벌어져
서로 “우리땅”… 영토분쟁 조짐
NYT “美-印 협력에 中 불만 폭발”
중국-인도 접경지역에서 일어난 양국 군 충돌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으로 중국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1950, 60년대 영토 분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밤 인도군이 히말라야의 시킴 지역에서 중국의 도로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후 중국군이 출동하면서 인도군과 몸싸움이 발생했다. 그러자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자국 영토에서 공사를 진행했다”며 일제히 인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은 2003년 인도와의 상호합의에 따라 시킴이 인도의 영토라고 사실상 인정했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중국이 어떤 이유로 시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충돌 이후 티베트로 성지 순례를 가는 인도인들이 이용하는 자국 내 산악 통로 ‘나투라 패스’를 차단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28일 인도인 순례객 300여 명이 중국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시킴 등에 발이 묶여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8일 중국의 권리를 침해한 인도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모디 총리가 9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온다. 모디 총리는 양국 간 이견을 잘 관리할 것을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이번 갈등은 양국의 아시아 주도권 다툼에 미국이 개입된 새로운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인도군의 잘못된 도발은 굴욕을 자초할 것”이라며 “인도는 중국과 최후의 대결을 벌여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자본이 없다. 인도의 국력은 중국에 비해 한참 처진다. 미국의 전략적 지지는 공허하다”고 비아냥댔다. 미국에 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친밀감을 과시한 모디 총리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인도 간 해양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인도의 해양 협력이 중국 해군의 남중국해 활동을 억제할 수 있고 이는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중국의 우려다.
인도 일간지 인디안 익스프레스는 모디 총리가 미국 방문 중 한 강연에서 “세계 규범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 인도는 세계 규범을 준수하면서 인도 발전의 꿈을 실현할 것”이라고 한 말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회의 참석을 거부했으며 미국은 모디 총리 방미 직전 중국의 해군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감시 드론의 인도 판매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국어판은 “인도가 미국을 이용해 중국과 세력 균형을 이루려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인도군이 움직인 시점이 이상하다”며 모디 총리가 승인한 인도군의 행동을 본 트럼프가 인도를 통해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인식을 내비쳤다고 NYT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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