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살인 혐의’ 20년간 억울한 옥살이 재일한국인 누명 벗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22시 03분


코멘트
동거녀와 공모해 동거녀의 딸(당시 11세)을 살해한 혐의로 20년간 옥살이를 한 재일한국인 박용호 씨(50)가 마침내 누명을 벗었다.

오사카(大阪)지방재판소는 10일 박 씨와 옛 동거녀 아오키 게이코 씨(靑木惠子·52)에 대한 재심에서 앞서 확정된 무기징역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니시노 고이치(西野吾一) 재판장은 “화재는 자연 발화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당시 화재를 방화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목을 조르는 등 공포심을 안겨주는 과도한 수사로 박씨가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유죄 판결의 근거였던 두 사람의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판결에 대해 상소를 포기할 방침이다.

박 씨는 1995년 7월 아오키 씨와 공모해 집 차고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목욕 중이던 아오키 씨의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생명보험금 1500만 엔(약 1억6200만 원)을 노렸다는 의심을 받았고 2006년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박 씨가 수사 단계에서 “차고에 가솔린 약 7.3L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자백한 것이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박 씨 등은 그러나 2009년 “강압 수사로 자백을 강요당했으며 불을 지르지 않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현 실험 결과 박 씨의 최초 자백대로 방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자연발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자 오사카고등재판소가 지난해 10월 박 씨 등에 대한 석방과 재심 결정을 내렸다.

박 씨는 이날 무죄가 선고된 뒤 “21년간의 속박에서 해방됐다”며 “앞으로의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오키 씨는 국가 등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