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수 있는 은총을…” 교황, 아우슈비츠 지하감옥에서 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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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게 울 수 있는 은총을 주시길….”

29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서 15분 넘게 기도를 했다. 나치 시절 이곳에서 죽어 간 100만 명 넘는 희생자를 위해 할 기도가 말할 수 없이 슬퍼서일까. 교황은 수용소 방문을 앞두고 “최소 인원의 수행단과 ‘공포의 현장’에 들어가 말없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침묵 기도의 진중함만큼 이 수용소에는 깊고 슬픈 사연이 서려있다. 1941년 8월 14일 이곳에 수감됐던 막시밀리아노 콜베(1894-1941) 신부는 탈출을 시도하다 잡힌 다른 수감자를 대신해 47세 나이에 수용소 화장장에서 불태워졌다.

세월은 75년이 흘렀지만 이 수용소 정문 위에는 아직도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빛바랜 글귀가 걸려 있다. 수감돼 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도 이 자리를 찾아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생존자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몸을 숙여 그들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른바 ‘죽음의 벽’이란 곳에서 큰 백색 촛불을 밝히며 희생된 이들의 넋도 달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은 세 번째 교황이자, 개인적 연고 없이 이곳을 방문한 첫 교황이다. 1979년 이곳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는 독일 점령을 받았던 폴란드, 2006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출신이다. 교황은 카톨릭 청년 축제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7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폴란드를 방문하는 중이다. 교황은 “세상이 극도로 분열되고 테러와 인권 침해로 위협받고 있다”며 “15년 전 누군가 내게 ‘우리가 전쟁과 테러에 지친 난민들을 돕는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했다면 난 절대 그 말을 믿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용소에서는 유대인, 폴란드인, 소련군 포로, 집시, 나치 반대파 등 100만 명 이상이 무참히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기념관 측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장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차마 말도 할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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