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카시아노프, 섹스몰카 공개로 매장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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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적으로 꼽혔던 미하일 카시아노프 인민자유당 당수(59)가 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2일 공개돼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 방송사인 NTV는 이날 모스크바의 한 주택에서 카시아노프와 반(反)정부 활동가인 나탈리아 펠레펜(39)이 성관계를 하는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40분 동안 내보냈다. 영상에는 두 남녀가 성관계 후 서로 껴안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나온다.

영상이 공개되자 펠레펜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자신이 몰카의 희생양임을 시인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카시아노프는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정적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동영상을 공개한 NTV는 푸틴이 사장이나 다름없는 최대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이 경영하는 방송사다.

카시아노프는 ‘반(反)푸틴 진영을 이끌어가는 삼두마차’로 꼽혔던 야당 지도자다. 최근 1년 반 사이 삼두마차 중 2명이 제거됐다. 모스크바시장에 출마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4년 초 횡령죄로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괴한의 총격에 암살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선 다음번 암살 대상은 카시아노프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카시아노프는 암살 대신 성관계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격적으로 매장 당할 위기에 빠지게 됐다.

카시아노프는 2000년 푸틴정권 1기 때 총리를 맡아 2004년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에 대한 정부 탄압을 비판한 죄로 ‘푸틴 패밀리’에서 축출돼 야당 인사로 변신했다. 2008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청원서의 서명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원천 봉쇄했다.

카시아노프의 애인 펠레펜은 극작가 겸 연기자로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그는 무리한 진압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모스크바 인질극과 베슬란 인질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외신에 단골 출연해 유창한 영어로 푸틴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그는 크렘린이 가장 미워하는 여자로 꼽힌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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