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텔 사냥’ 中안방보험… 투자자들 “지배구조 수상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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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외손녀 사위가 설립… 中서도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미국의 유명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스타우드 호텔)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중국 안방(安邦)보험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후진적인 경영 스타일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안방보험이 세계적인 호텔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경영 행태를 둘러싸고도 의혹이 많다고 보도했다. 안방보험은 28일 스타우드 호텔을 현금 140억 달러(약 16조1252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혀 경쟁자인 메리엇인터내셔널(인수가로 136억 달러 제안)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메리엇인터내셔널이 사 가기로 사실상 결정된 거래에 뒤늦게 뛰어들어 가격을 계속 올려놓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큰 우려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50)가 2004년 설립했고 총 30개 이상의 법인투자자들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안방보험은 온통 베일에 싸여 있다.

WSJ는 “안방보험의 투자자 가운데 정체가 불분명한 법인투자자들이 여러 곳 있고 지분 구조도 매우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방보험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법인 일부는 아예 연락이 안 되고 일부 법인은 “안방보험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투자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글로벌 경영을 지향한다’는 모토 아래 2014년 이후 △미국 월도프 애스토리아 호텔 △네덜란드 보험사 피밧 △한국 동양생명 △벨기에 델타로이드은행 등 세계의 주요 기업을 잇따라 인수해 왔지만 경영 스타일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에서도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경영과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보험전문 컨설팅회사인 ‘인핸스’의 샘 라드완 파트너는 FT에 “우 회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자폭탄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방보험이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가 세운 회사라는 정치적 후광 때문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호텔#안방보험#덩샤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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