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화벌이 선박’ 진텅호, 필리핀서 몰수…대북제재 첫 집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6일 16시 42분


코멘트
필리핀 정부가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 따라 자국에 입항한 북한 화물선 ‘진텅(Jin Teng)’호를 몰수 조치했다. 2일 통과된 유엔 결의안을 실제로 집행하긴 필리핀이 처음이다.

‘필리핀스타’ 등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6830t급 화물선 진텅호는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을 출발한 뒤 3일 필리핀 수비크만에 도착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도착 당일 진텅호에 올라 수색을 시작했지만 문제될만한 물질은 찾지 못했다. 유엔 제재 소식을 들었는지 선원 21명도 조사에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정부는 수색 결과에 상관없이 5일 진텅호를 전격 몰수하고 선원은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선박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홍콩 침사추이에 주소를 둔 ‘골든소어개발’이 소유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필리핀 당국은 선박의 국제해사기구 등록번호(IMO:9163166)가 유엔 결의안 부속서에 자산동결 대상으로 명시된 북한 해운사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 중 한 척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번 몰수로 동물 사료로 쓰이는 팜오일 가공 부산물을 필리핀에 하역한 뒤 중국 광둥(廣東)성 잔장(湛江)항으로 떠날 예정이던 진텅호는 수비크만에 기약 없이 발이 묶이게 됐다. 이 배는 1997년 일본 사세보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으로 지금까지 4번 정도 이름을 바꿨다. 2013년엔 ‘금용2’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진텅호는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용 선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해운중개무역에 뛰어들었다. 인건비가 사실상 공짜인 북한 선원들은 한번 출항하면 거의 휴식 없이 일한다. 이 때문에 매년 상당한 달러를 벌어들인다. ‘골든소어개발’도 북한의 위장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 벌어들인 자금 대부분은 ‘충성의 자금’이란 명목으로 노동당에 바친다. 필요에 따라선 2013년 7월 쿠바에서 미그-21기를 싣고 북한으로 가다가 파나마에 억류된 청천강호처럼 당국의 심부름을 하기도 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중국 교통부가 해상안전 기관들에게 OMM 소속 선박 31척의 중국 항구나 수역 내 체류 여부를 긴급히 확인할 것을 4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 교통부가 “유엔 제재 이행의 일환으로 이들 선박이 항구에 입항하는 것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